■ “아이디어의 젖줄”… 인턴사원 대우 달라져
페덱스코리아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대학생 오성 씨(왼쪽)가 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본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오 씨는 현재 페덱스코리아의 ‘한류 프로젝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페덱스코리아 제공
기업들의 인턴제도 운영이 바뀌고 있다. 예전엔 복사나 자료 수집 등 ‘단순 노동’을 맡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인턴사원의 아이디어를 경영 현장에 반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턴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 인턴의 참신한 아이디어 반영
이 사업은 페덱스코리아가 지난해 11월 연 ‘커리어 캠프’에서 오성 씨(25·부경대 국제경영학과 4학년) 등 인턴들이 제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오 씨는 현재 동남아 시장전문가와 국내 주요 기획사 관계자 등과 접촉 중이다. 그는 “회사에서 상명하복(上命下服)식 인턴제도 운영에서 벗어나 내가 최대한 결정할 수 있게 배려해 줘 고맙다”며 “그런 만큼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페덱스코리아는 오 씨의 활약을 높게 평가해 한 달로 예정했던 인턴기간을 사업 준비가 완료될 때까지로 연장했다.
젊은 인턴들이 내놓는 참신한 아이디어는 일선 현장에서 활용되기도 한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여름 인턴이 제출한 ‘용접 예열버너 보관대’ 아이디어를 경남 창원의 원자력 발전설비 공장에 도입할 예정이다. 아이디어를 낸 배창혁 씨(26)와 팀원 2명은 인턴근무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배 씨는 “공장 견학 당시 직선형과 원형 등 다양한 모양의 예열버너들이 바닥에 무질서하게 놓여 있는 모습을 봤다”며 “이들을 한꺼번에 안전하게 수납해 부품 파손과 안전사고를 막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인턴들로부터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최근 많은 기업이 현장 개선 아이디어 발표를 필수 항목으로 추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 기업과 학생 모두 ‘윈윈’
신입사원 공채 때 자사 인턴 출신을 우대하는 곳도 많다. 2005년부터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공채에 지원한 인턴 출신에게 직무적성검사(SSAT) 전형 등을 면제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 같은 방침을 갖고 있는 한진해운의 경우 2011년 인턴 경쟁률이 약 105 대 1로 공채 경쟁률을 방불케 했다.
인턴제도 운영의 변화는 기업과 인턴 모두가 ‘윈윈’하는 계기가 된다는 평가다. 채창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 절감의 효과를 얻고, 학교로 돌아가는 학생은 현장에서 원하는 지식이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