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서로 애정은 없었지만 이왕지사 잘해 보자는 마음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남자는 여자가 밥 한 끼에 몇 만 원씩 쓰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여자는 남자가 대화할 때 어려운 소재를 꺼내 잘난 척하며 얘기하는 게 미웠다. 일상에서 사사건건 빈정이 상하니 신혼생활이 괴로웠다.
그런데 자꾸 싸우면서 미운정이 들었다. 남자는 비싼 밥을 몇 번 먹고는 ‘그래. 식사가 허기만 채우는 건 아니구나’ 싶더란다. 여자는 모임에서 다양한 대화를 주도하는 자기 모습에 으쓱해졌다. ‘어라? 내가 변하네’라는 생각이 들 즈음에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마음까지 생겼다. 남자는 부자에게 적대감이 있었다는, 여자는 무식하다고 무시당할까봐 까칠하게 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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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도 아닌데 아직도 정략결혼이냐고 묻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도 마담 뚜의 실적, 양가 부모의 욕심에 떠밀려 식장에 들어서는, 남남 같은 남녀가 적지 않다.
기자가 출입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최근 모습을 보면 이제는 헤어진 이 커플 생각이 자꾸 난다. 5년 전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는 억지로 살림을 합쳤다. 보고 방식도, 근무 패턴도, 회식 문화까지도 전혀 달랐다. 섞이기가 쉽지 않았다. 조직개편을 지시한 ‘윗사람’들은 물리적 화합을 하라는 둥, 화학적 결합을 하라는 둥 쉽게 말했지만.
그래도 두 부처 공무원들은 묵묵히 노력했다. 5년 동안 많이 섞이고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당사자들의 공과나 의지와 상관없이 다시 갈라서라는 말을 들었다.
힘없는 공무원이니 시키는 대로 한다만, 재산(업무)은 어떻게 하나? 이게 요즘 교과부의 분위기다. 대학에 이어 산학협력 업무를 누가 가져가느냐를 둘러싸고 교육과 과학 공무원은 물론이고 유관 단체와 학계까지 달려들어 서로를 물어뜯는 과정을 보면 지난 5년이 무상하다. 재산분할소송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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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