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서해 불법조업 중국선단 적벽대전식 일망타진
해경, 서해 불법조업 중국선단 적벽대전식 일망타진
연환계는 조조만 썼던 게 아니다. 우리 서해에서 불법 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들은 그동안 한국 해양경찰의 단속에 맞서 10척 이상의 배를 연결해 도주하는 연환계를 써왔다. 그러면 해경 경비함 1척의 인력과 장비로는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았다. 설령 인접 경비함이 나포작전을 지원해도 중국어선 1, 2척만 도마뱀 꼬리처럼 내주고 수산물이 실린 운반선과 나머지 어선은 중국 해역으로 도주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한국 해경에도 제갈공명이 등장했다. 해경은 최근 여러 경비함을 동시에 투입해 ‘화력’을 집중하는 새로운 작전을 도입해 중국 어선의 연환계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군산해경은 17일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에서 서남쪽으로 약 105km 떨어진 해역에서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해 불법조업에 나선 중국어선 11척을 한꺼번에 나포했다. 또 지난해 12월 26일 같은 해역에서 무허가로 조업한 중국어선 11척을 모두 붙잡았다.
군산해경은 인근 해상을 경비하던 3000t 급 경비함에 실린 헬기를 띄워 중국어선의 불법 행위를 정밀 채증했다. 동시에 인근 경비함들에 지령을 내려 불법조업 현장에 모이도록 했다. 헬기는 경비함이 올 때까지 저공에서 날며 중국어선들을 견제했다. 헬기가 내뿜는 강풍은 초속 110km에 달해 어선들의 도주를 저지하는 데 효과가 컸다.
이어 단속 현장에 지원세력으로 도착한 경비함 2척이 중국어선의 앞을 지그재그로 항해하며 도주로를 막고, 각 경비함에서 내려진 고속단정은 중국어선 주위를 돌며 속도를 내지 못하게 했다. 동시에 경비함들은 중국어선에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 등을 쏘아댔다.
이처럼 기선을 제압한 뒤 전자충격기로 무장한 해경 요원이 신속하게 승선해 조타실과 선원을 제압했다.
최상환 해경 경비안전국장은 “삼국지에서 조조가 연환계를 쓰다가 오히려 군사를 모두 잃는 패착을 뒀다”며 “해경의 단속에 연환계로 저항하며 공권력을 무력화시키는 행위는 합동작전으로 반드시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