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선두 질주 SK 문경은 감독
KBL 제공
지난 시즌에는 6위도 그렇게 높아 보였다. 그래서 “6강에 들면 웃통 한 번 벗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하지만 이젠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가 아니다. 문 감독은 통합 우승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연세대 출신 감독들이 이번 시즌 1∼4위를 휩쓸고 있는 중에 특히 그는 가장 윗자리에 팀을 올려놓았다. 전체 6라운드 중 4라운드 막바지까지 1위를 지켜 기분 좋게 올스타전 휴식기를 맞은 문 감독을 24일 만났다.
“솔직히 이 정도로 잘할 줄은 나도 몰랐다.” 이번 시즌 개막 이전 그의 목표는 6강 진입이었다. 2라운드 중반부터 1위를 꿰찬 뒤 3라운드까지 선두를 유지하자 목표를 4강으로 슬그머니 올렸다. “사람 욕심이란 게 그렇더라. 선두를 지키는 날이 늘어나니까 욕심도 따라 늘더라.” 이제 그는 목표를 정규리그 1위로 한 번 더 높였다. 안준호 최인선 이상윤 김태환 김진 신선우 등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SK를 거쳐 갔지만 한 번도 없던 정규리그 1위다. SK의 정규리그 최고 성적은 두 차례(1999∼2000, 2001∼2002시즌) 있었던 2위다. 챔피언 결정전 우승은 1999∼2000시즌 딱 한 번 있었다.
광고 로드중
문 감독은 팀이 선두를 질주하는 중에도 종종 열을 받을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런 말이 쑥 들어갔는데 3라운드까지만 해도 주변에서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며 우리를 강팀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런 말 들을 때는 진짜 열이 확 올랐다.” SK는 지난 시즌까지 최근 10시즌 동안 5위가 최고 성적이어서 만년 하위 팀으로 낙인이 찍혀 있었다. 이 때문에 농구계에서는 SK가 시즌 초반 잘나갈 때도 ‘곧 내려갈 팀’이라며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번 시즌 올스타 팬 투표에서 최다 득표로 ‘프로농구 대세’가 된 SK 김선형이 미니홈페이지에 “우리 팀 안 내려갑니다” 하고 하소연을 했을 정도다.
체육교육과를 나온 ‘람보 슈터’ 문 감독은 대학 4학년 때 여자 중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하기로 돼 있었다. 농구대잔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연세대 농구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때다. 하지만 문 감독은 이 학교에 교생실습을 나가지 못했다. 여학생들이 스타에 정신이 팔려 공부는 뒷전이 되는 상황을 교장이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남자 학교에서 교생실습을 마쳤다. 그런 인기를 누렸던 그였지만 “연세대 선수 시절보다 지금이 더 좋다”고 한다. 그는 인생 최고의 전성기였던 대학 시절보다 지금이 더 만족스럽다. “재미는 대학 때가 좋았다. 그때는 마음도 편했다. 하지만 성취감은 지금이 더 크다. 잘하든 못하든 다 내 책임이다. 그게 감독이라는 자리다. 그런데 팀이 잘나가고 있으니 다 좋다.”
25∼29일 닷새간 정규리그가 휴식에 들어가지만 문 감독은 선수들에게 27일 하루만 휴가를 줬다. “조금만 더 참으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날이 온다. 아직은 마음을 놓을 때가 아니다.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그는 “올스타전 휴식기가 끝나고 치르는 동부와의 2연전과 모비스전까지 3경기를 다 이기면 그때는 정규리그 1위를 향한 9분 능선을 넘은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빨리 흘러서 이대로 시즌이 끝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용인=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박준용 인턴기자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