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시대 서사시’ 21년만에 개정판 낸 임형택 교수
‘이조시대 서사시’ 개정판을 펴낸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 동아일보DB
다산 정약용은 전남 강진 유배지에서 한 여인을 소실로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절구 16수로 이뤄진 작자 미상의 ‘남당사(南塘詞)’는 다산이 해배된 뒤 강진에 홀로 남겨진 이 여인의 애절한 마음을 담았는데 이 구절을 보면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도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820년 무렵 강진 문인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1999년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의 발굴로 빛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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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교수는 조선시대에 서사시가 성황을 이룬 배경으로 당시 점차 심화된 체제적 모순을 들었다. 무능한 조정과 정책의 폐해로 서민들의 애환이 커져갔던 것이다. 임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한 사대부들이 유교적 인정(仁政)과 애민(愛民)의 정신으로 투철하게 각성해 ‘서사시적 상황의 발전’에 대응한 결과물이 바로 서사 한시”라고 밝혔다.
한편 임 교수는 책 제목에 ‘조선시대’ 대신 ‘이조시대’라는 명칭을 고수한 데 대해 “이조라는 호칭이 일제의 잔재라 하여 못마땅하게 여기는 분들이 있는데, 종래 한자권에서는 왕조의 명칭을 이당(李唐), 조송(趙宋) 식으로 성을 붙여 구분 짓는 것이 관행이었다”며 “우리의 경우 단군조선, 위만조선 등과 구분 지어 이조라고 불러서 안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