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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 팔 안녕… 인체와 똑같은 인공팔 나온다

입력 | 2013-01-11 03:00:00

■ 인체모사공학의 현주소




플라스틱 칩처럼 생긴 ‘허파꽈리 생체 칩’. 2시 방향 연결관은 진공펌프와 연결되고 4시 방향 연결관엔 세포배양액이 들어간다. 서울대 의대 의공학교실 제공

영화 ‘스타워즈’에서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는 다스베이더에게 한쪽 팔을 잃고 기계팔을 쓴다. 영화를 보면 기계팔이 아니라 진짜 팔을 재생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머지않아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기계팔 대신 세포로 이뤄져 실제 팔과 구분할 수 없는 인공팔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등의 도움으로 사람 장기(臟器)를 흉내 낸 시스템을 조그만 전자칩 하나에 담기도 하고 손가락 같은 신체 일부를 만드는 연구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6일부터 9일까지 4일간 강원 정선군 하이원호텔에서 열린 ‘2013년 자연모사기술 국제심포지엄’에서는 사람을 모사하려는 다양한 연구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 온 몸의 장기가 칩 하나에 들어간다

허동은 서울대 의대 의공학교실 교수는 칩 하나에 허파꽈리 조직을 담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만든 생체 칩은 합성수지를 생체막으로 이용하는데, 한쪽에는 폐세포를, 다른 쪽에는 모세혈관조직을 함께 배양해 실제 허파꽈리의 기능과 똑같다.

이 생체 칩은 실제 폐에서 일어나는 생리적인 현상을 관찰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약물을 이 칩에 넣으면 폐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다. 허 교수는 지난해 11월 이 칩을 이용해 신장암이나 피부암 치료에 쓰는 항암제의 부작용인 ‘폐부종’이 생기는 과정과 증상 완화 방법을 찾았다.

허 교수는 “신약 하나를 만드는 데 10년이라는 긴 시간과 8000억 원의 많은 비용이 든다”며 “대부분이 신약의 독성과 안정성을 검증하기 위한 임상시험인데 생체 칩을 이용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2, 3년 사이 폐 외에도 심장 신장 간 소장 등 주요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모사해 칩 속에 넣는 연구가 활발해졌다. 허 교수는 “허파꽈리에 있는 세포와 모세혈관을 하나의 칩에 배양한 것처럼 심장 간 같은 장기들도 생체 칩에 옮기는 ‘장기모사 칩’ 연구가 활발하다”며 “앞으로는 사람의 모든 장기의 기능을 하나의 칩에 넣는 ‘휴먼 온 어 칩(human on a chip)’도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레고 블록 쌓듯 인체조직 만든다

얇은 플라스틱 필름을 나란히 깔고 이음매 부분에 세포를 올려놓은 다음 살짝 건드리면 세포끼리 끌어당기는 힘이 생겨 접힌다. 이를 이용해 상자, 축구공, 관 모양의 입체세포를 만들 수 있다. 다케우치 쇼지 일본 도쿄대 교수 제공

“사람을 닮은 틀에 10만여 개의 세포 캡슐을 넣고 5mm 크기의 덩어리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인공세포들을 모아 사람 조직이나 장기를 블록처럼 조립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다케우치 쇼지 일본 도쿄대 교수는 인공피부나 인공장기를 만드는 데 MEMs 기술을 적용했다. 2009년 일정한 크기의 ‘리포좀’을 계속 생산해내는 장치를 만든게 시작이다. 리포좀은 지방성분이 이중으로 둘러싼 둥근 주머니 형태의 물질이다. 그는 “리포좀 안에 세포를 넣으면 ‘세포 캡슐’을 만들 수 있다”며 “이런 세포 캡슐을 모아서 쌓으면 조직이나 장기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2월에는 ‘종이접기’ 방식으로 입체세포를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얇은 플라스틱 필름을 만들어 접을 수 있는 형태로 배열한 다음 연결 부분에 세포를 올려놓았다. 필름 모서리 부분을 부드럽게 건드리면 세포끼리 뭉쳐진다. 다케우치 교수는 “평행사변형을 배열한 필름은 가운데가 빈 관(tube) 형태를 만들 수 있어 혈관조직을 만드는 데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선=박태진 동아사이언스 기자 tmt198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