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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TEST]5월女, 사이다女, 모리셔스의 그 향기… 향수는 향수다

입력 | 2013-01-11 03:00:00

여기자3+남기자1인의 고급향수 품평 토크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의 대표 주자 고급 향수. 지금 같은 불황에도 한 병에 20만 원을 호가하는 향수는 여전히 인기 있다. 그래서 동아일보 여기자 3인과 남기자 1인이 향수 품평회를 열었다. 작년 하반기(7∼12월)에 출시된 신제품이거나 국내에 처음 진출한 브랜드의 제품만 모았다. 남자인 김범석 기자는 여성이 해당 향수를 뿌렸을 때의 상황을 가정해 선호도를 밝혔다. 남녀의 향수관은 꽤 많이 달랐다.

이 제품을 써봤어요

르 라보 ‘이리스 39’=톱 노트는 아이리스, 장미. 하트 노트는 라임, 생강, 파슬리. 베이스 노트는 머스크, 사향액. 관능적이면서도 우아하다. 생산 장소와 구매 날짜, 선물받는 상대방의 이름 등을 병에 적어준다는 점이 특별하다. 오 드 퍼퓸, 100mL 32만 원.

바이레도 ‘라 튤립’=톱 노트는 루바브, 시클라멘, 프리지어. 하트 노트는 튤립. 베이스 노트는 블론드 우드, 베티베르. 상쾌한 향이다. 오드 퍼퓸, 100mL에 32만 원.

아르마니 프리베 ‘휘그 에덴’=톱 노트는 무화과. 하트 노트는 홍후추. 베이스 노트는 무화과나무, 호박씨, 머스크. 에덴동산의 신록을 표현했다. 오드투알레트, 100mL 21만 원대.

딥디크 ‘필로시코스’=톱 노트는 무화과나무 잎. 하트 노트는 무화과나무. 베이스 노트는 화이트 시더. 무화과나무와 흙냄새가 어우러졌다. 오드퍼퓸, 75mL 19만8000원.

아닉구딸 ‘쁘띠뜨 쉐리’=톱 노트 배, 복숭아. 하트 노트 장미. 베이스 노트 바닐라. 달콤하면서도 발랄하다. 오드투알레트와 오드퍼퓸 중 오드투알레트를 체험했다. 100mL 19만 원.

조 말론 ‘블랙베리 앤 베이 코롱’=톱 노트 블랙베리. 하트 노트 월계수 잎. 베이스 노트 시더우드, 베티베르, 화이트 머스크. 상쾌하며 산뜻하다. 오드투알레트와 오드퍼퓸의 중간 정도. 100mL 16만 원.

기자들의 품평회

용기 모양에 대한 평가부터 시작했다.

염희진=
르 라보는 받는 사람의 이름과 메시지를 병에 모두 적어주니 특별하다.

박선희=아닉구딸은 가장 사랑스럽고 예쁘다. 아르마니 프리베는 돌처럼 생긴 뚜껑이 중성적이다.

김현수=조 말론은 도회적이다.

김범석=
딥디크는 욕실에 놓으면 어울릴 것 같다. 바이레도는 알코올램프를 연상시키는 ‘과학적인’ 디자인이다.


르 라보 제품부터 본격적인 품평을 시작했다. 이 제품은 처음엔 반응이 미지근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선희=막 스파를 하고 나온 느낌의 향이다.

김현수=중성적인 매력이 있지만 달콤한 걸 좋아하는 사람은 쓰다고 느낄 것 같다. 단발머리에 보이시한 여성, 뉴욕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에게 어울리는 향기다.

염희진=시간이 지날수록 나무에서 느껴지는 자연적인 향이 느껴져 상쾌하다.


아닉구딸은 여성스러운 향이었다.

김현수=분홍색을 좋아하는 5월의 소녀 같은 느낌이 나는 로맨틱한 향수다.

김범석=좋다. 상당히 여성스러운 향으로, 이 향수를 뿌리는 여자는 애교가 있을 것 같다.

박선희=적당히 달콤하면서 수분감이 느껴진다.


조 말론은 산뜻한 향이 눈에 띄었다.

박선희=산뜻하고 가볍다. 과일향도 강해 봄이나 초여름에 나들이 갈 때 뿌리면 좋을 것 같다.

김범석=털털하면서도 유쾌한, 사이다 같은 여성과 어울릴 것 같다.

염희진=처음 향은 강한데 시간이 지날수록 과일향이 느껴진다.


바이레도는 향수(鄕愁)를 자극하는 향수(香水)라는 평을 받았다.

염희진=
비누인지, 샴푸인지 익숙한 향인 듯하면서도 알 수 없는 좋은 향이다. 과거로 회귀하는 느낌이다.

박선희=시원하고 청량한데 아닉구딸보다는 덜 달콤하고 조 말론보다는 약간 강하다.

김범석=
남자 입장에서 무난한 향은 아니다.


딥디크의 향기를 맡으며 기자들은 휴가지의 신선한 공기를 떠올렸다.

김현수=지중해의 향, 코코넛밀크의 달콤함이 느껴진다.

염희진=무화과나무 하나를 짜서 넣은 듯한 느낌, 지난달 신혼여행으로 갔던 모리셔스를 생각나게 한다.

김범석=
겐조에서 남성용으로 대나무향이 느껴지는 향수를 냈던 것 같은데, 이 향수를 쓰는 여자에겐 ‘너 나랑 같은 향수 쓰니’라고 묻고 싶을 것 같다.


아르마니 프리베는 향이 독특하다는 평이 많았다.

박선희=첫 향은 레모네이드 같다.

김현수=홍후추향 때문인지 몰라도 동양적인, 톡 쏘는 향이 느껴진다.

염희진=노골적이지 않으면서 세련됐다.

정리=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 후각 예민한 초저녁에 쇼핑 ‘하트 노트’까지 체크를 ▼

● 마니아를 위한 향수 상식


향수를 뿌린 후 시간대별로 ‘톱 노트’는 뿌린 직후, ‘하트 노트(미들 노트)’는 30분에서 1시간이 지났을 때, ‘베이스 노트(라스팅 노트)’는 2∼3시간이 지난 뒤 체취와 섞인 향기를 뜻한다. 향수를 고를 때는 후각이 예민한 초저녁에 매장을 방문해 시향지에 향수를 뿌리고 알코올 성분이 날아가도록 여러 차례 흔든 뒤 10cm 떨어져 냄새를 맡는다. 맘에 드는 향수를 발견했을 땐 손목에 뿌리고 30분 정도 내버려두면 하트 노트까지 맡아볼 수 있다.

향수 농도를 기준으로 ‘오드콜로뉴’는 향료 농도가 3∼5%로 가장 낮다. 향이 1∼2시간 지속된다. 비교적 듬뿍 뿌려도 된다. ‘오드투알레트’은 항료 농도는 5∼10%, 향 지속시간은 3∼4시간. 향이 부드러워 낮에 주로 뿌린다. ‘오드퍼퓸’은 향료 농도는 10∼15%, 향 지속시간은 5시간 안팎이다. 시중에서 가장 많이 파는 종류다. ‘퍼퓸’은 향료 농도가 15∼30%로, 향이 진하며 약 10시간 지속된다.

향취는 밑에서 위로 올라오는 성질이 있으므로 움직임이 많은 치맛단 안쪽이나 상의 아래에 뿌리면 향이 은은하게 올라온다. 귀 뒤, 손목, 팔꿈치 안쪽, 무릎 뒤 등 맥박이 뛰는 부분에 사용하면 향이 잘 발산된다. 머리 위쪽에 향수를 뿌린 뒤 향이 그대로 내려앉도록 하면 머리카락이 휘날릴 때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다림질하기 전 다림판에 향수를 뿌린 뒤 그 위에 옷을 올리고 다리미를 약간 뗀 후 열을 가하면 향이 옷에 가볍게 스며든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