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영상 곁들여 극적 긴장감 높여연극 ‘숙영낭자전’에선 낭독이 30분
산울림소극장에서 에드거 앨런 포의 환상소설 ‘모렐라’를 낭독 중인 배우 한인수 씨. 극단 여행자 제공
낭독공연은 일반적으로 배우들이 서거나 앉아서 희곡을 읽는 형식이었지만 이제는 동선을 추가하거나 음향 및 영상을 활용하는 등 연출과 무대기술적 요소를 적극 가미하는 추세다. 올해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낭독이 아예 극의 일부로 포함된 연극이 등장했다.
극단 모시는사람들이 24일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 올리는 ‘숙영낭자전을 읽다’에서는 전체 공연시간 80분 중 30분가량을 낭독이 차지한다. 조선시대 여인들이 거처하는 규방(閨房)을 배경으로 등장인물 중 향금아씨(서늘볕)가 옛 한글소설 ‘숙영낭자전’을 읊는다.
지난해 불붙은 낭독공연 ‘붐’은 올해도 이어진다. 산울림소극장은 3월 10일까지 ‘소설, 연극으로 읽다’라는 낭독공연 시리즈를 펼친다. 극단 여행자는 에드거 앨런 포의 세 단편을 엮은 ‘검은 고양이, 심술궂은 어린 악마, 모렐라’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몬’(이상 연출 이대웅), 극단 작은신화는 카프카의 ‘변신’(연출 정승현), 극단 청년단은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연출 민새롬)을 들려준다.
‘검은 고양이’에서는 매서운 고양이 눈을 영상으로 비추고, 고양이 울음소리를 곁들여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를 기획한 산울림소극장의 임수진 극장장은 “만드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정극의 벽을 허물어 보자는 시도”라고 말했다.
남산예술센터는 다음 달 낭독공연으로 꾸미는 ‘창작희곡 페스티벌’을 연다. 현재 진행 중인 창작희곡 개발프로그램 심사를 통과하는 두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최여정 남산예술센터 홍보담당자는 “낭독공연은 초연작을 무대화하기 전 대본 자체의 평가를 받는다는 의미가 큰 데다 낭독공연을 찾는 관객들이 해당 작품의 발전 과정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에 관객층을 넓히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