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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의 성교육]한국청소년 첫 성관계 13.6세…성교육 언제?

입력 | 2013-01-10 03:00:00


김영화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

“우리 아이에게 언제부터 성교육을 해야 하나요? 사춘기가 시작된 후에 성교육을 하면 늦다고 하던데….” 성교육에 관심이 있는 부모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성과 관련한 대화를 아이들과 해본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에이, 쑥스럽게 그런 소리를 어떻게 해요. 어렸을 때 나도 들어 본 적이 없는데.” 하긴 어린 시절 성에 대해 듣지 못하고 자란 부모가 자녀와 성에 대해 대화하는 것은 무척 어색하고 곤란한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교육을 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3, 4세이다. 왜 하필 3, 4세일까? 자신의 신체에 눈뜨고 성적 발달을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아이들이 “엄마, 나는 어디서 나왔어?” “아기는 어떻게 생기는 거야?” “나는 왜 고추가 없어?” 하고 성에 대해 물어본다. “별걸 다 물어보네. 나중에 크면 다 알게 돼”라고 회피하거나 얼버무리면 질문이 잘못된 것이라 여기고 성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수심이 가득한 표정의 부모와 함께 진료실에 들어온 두 살짜리 여아 A는 아직 말을 잘하지 못하지만 말귀를 잘 알아듣고 주장도 강했다. 그런데 A는 아빠가 출근하고 난 후 엄마와 둘이 있는 동안 하루 종일 보기 민망할 정도로 성기를 만진다는 것이다. 엄마가 아무리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부모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하는 것이 바로 성교육의 시작이다. 못 하게 야단만 쳐서는 고쳐지지 않는다.

예전에 비해 더 빨라진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은 신체 변화와 함께 여러 종류의 다양한 성경험을 하게 된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실시한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조사’에 따르면 성관계를 경험한 10대의 비율은 5.3%이다. 성경험이 있는 10대들의 성관계 시작 나이는 2006년 14.2세, 2007년 14세, 2011년 13.6세(중학교 입학 전후)로 점차 빨라지고 있다.

성관계를 경험한 여학생의 10.5%는 임신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각각 10.1%의 남학생과 10.3%의 여학생이 성병에 걸린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 10대는 임신과 성병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와 비교하여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큰 변화가 온 것이며 앞으로 더욱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17세 이전에 반 이상이 성경험을 하는 미국과 같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우리 아이들은 스마트폰 등을 통한 포르노물에 무차별로 노출되어 있으며, 유해 음란물을 100%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대로 된 조기 성교육만이 그 답일 수 있다.

2009년 12월 유네스코에서 발간한 ‘조기 성교육 지침서’ 내용을 보면 자못 충격적이다. 이 보고서는 아이들을 5∼8세, 9∼12세, 12∼15세, 15∼19세로 연령별로 나누어 각 나이에 적합한 성교육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5세가 되면 ‘자신의 성기를 만지며 즐기는 행위가 바로 자위행위라는 것이고, 성기를 만지면 쾌감을 느낄 수 있다’라고 말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네스코 기준에 따르면 5세 어린이도 이미 성적 발달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교장협회도 “아이들이 10세가 되면 포르노물에 대해 정식으로 가르쳐야 한다“라고 했다. 아이들이 충분한 사전 지식을 갖고 성에 접근할 수 있도록 미리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 요체다. 유네스코 지침을 우리 실정에 맞게 변용해야 하겠지만 조기에, 그리고 실질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은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다.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너무 일찍 성을 가르치면 오히려 성경험을 더 빨리 하도록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깨끗하고 순수한 내 아이의 영혼을 더럽히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도 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음란물을 통해 나이에 걸맞지 않은 해로운 성지식을 너무 많이 알고 있다. 왜곡된 성지식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려면 우선 부모의 성에 대한 잘못된 선입견부터 바꾸어야 한다. 또 가정과 학교에서의 성교육 지침서 작성과 전문 교육인 양성을 하루빨리 서둘러야 한다.

▼필자는

정신과 전문의, 신경과 전문의,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이며 울산대 의대, 한림대 의대 정신과 외래교수다. ‘내 아이 마음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사춘기 엄마가 모르는 아이의 비밀’ 등의 저서가 있다. 성에 무방비로 노출된 요즘 아이들을 위해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알아야 할 성교육 지침을 제공할 예정이다.

김영화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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