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월드컵 500m 석권
“스케이트 날 망가지면 안 돼요.”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던 이상화는 스케이트를 제 몸 이상으로 귀중하게 여겼다. 이상화가 7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스케이트장에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스케이트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7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스케이트장 라커룸.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빙속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이상화(24·서울시청)는 후배가 들어오자마자 툭 던졌다. 대표팀의 1년 후배인 박승주(단국대)는 멋쩍게 웃으며 선배를 쳐다봤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이런 지적은 후배에 대한 관심 없이는 불가능한 일. 》
“2010년 올림픽 때와 지금 체력적으로 차이가 없어요. 그만큼 훈련을 해왔어요. 대신 경기운영 능력이나 노하우가 많이 생겼어요. 세계 어느 경기장을 가더라도 빙질과 특징들을 잘 알고 있으니까 적응도 빨라요.”
“밴쿠버 올림픽이 끝난 뒤 방심하진 않았어요. 방황요? 저에겐 사치죠. 제가 듣기 싫은 말이 뭔지 아세요? ‘올림픽이 끝났으니 이제 망가지겠구나’ 그런 얘기. ‘그만하면 됐지’라는 생각들. 그런 것들이 제게 오기를 갖게 한 것 같아요.”
성적만 놓고 본다면 밴쿠버 올림픽 때보다 요즘이 더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상승세면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금메달 전망도 밝다. 본인도 이런 성적을 예상하지 못했다.
“예상을 전혀 못했어요. 중국 선수들에게 뒤처진다는 생각에 지난해 여름 정말 입에 단내가 나게 훈련했어요. 모든 훈련에 최선을 다했어요.”
주위에서는 이상화의 전성기는 지금이라고 한다. 밴쿠버 올림픽 때가 전성기라고 말하던 사람들도 지금이 전성기라고 한다. 하지만 이상화의 생각은 달랐다.
“물론 밴쿠버 영웅으로만 남고 싶진 않죠. 올해 세계선수권, 더 나아가 소치 올림픽 금메달이 목표죠. 2018년까지는 힘들겠죠. 하지만 생각의 차이죠. 힘들다고 생각하면 힘들고, 힘들지 않다고 생각하면 힘들지 않을 수도 있고. 그렇게 스케이트를 타다보면 제가 보이겠죠.”
먼 훗날 선수 생활을 끝낸 뒤에는 시간에 쫓기는 삶 대신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이상화는 인터뷰 동안 이 말을 가장 많이 꺼냈다. “모든 것은 노력한 대로 주어지는 것 같아요.” 이상화는 그 말에 가장 자신이 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노력을 해왔기에….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