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최용수 감독(왼쪽)과 수원삼성 서정원 감독은 ‘뼛속부터 라이벌’이다. 최 감독은 연세대, 서 감독은 고려대를 졸업했다. 둘 다 한국을 대표한 공격수 출신이고, 양 팀의 레전드 출신이다. 두 감독은 스포츠동아 신년기획을 통해 화끈한 입심대결을 펼쳤다. 스포츠동아DB
광고 로드중
최용수&서정원 라이벌 사령탑 토크배틀
“선수시절 서 감독님이 화내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우리랑 할 때 처음 그 모습 볼 수 있지 않을까.”(FC서울 최용수 감독)
“미안하지만 적어도 서울전에서는 화내거나 짜증낼 일 없을 것 같은데. 아마 최 감독이 열 받을 일이 더 많을 듯.”(수원삼성 서정원 감독)
광고 로드중
최용수의 잽
우승 후유증? 욕심만 안부리면 문제없어
서감독님과의 ‘벤치 기싸움’ 부담이 안돼
최용수표 축구? 공수밸런스 끝내 주잖아
서정원의 훅
날 화나게 해? 최감독이 열 받을 일 많을 것
선수들과의 벽 허물고 인내하면 진심은 통해
차근차근 밟아온 지도자 과정 내 축구의 자산
○서정원이 묻고 최용수가 답하다
-최 감독, 작년에 우승하고 너무 좋아하는 티를 많이 내던데.
광고 로드중
-정상은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하는데.
“그 동안 다른 팀들의 우승 후유증 사례를 한 달째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무엇이 문제인지 큰 덩어리가 보입니다. 그렇게만 안 하면 됩니다. 2011년과 2012년에 과욕을 부리지 않았는데 올해도 욕심 안 부립니다. 내 자신과 싸움이죠. 선수들이 공을 세웠는데 그 위에 군림하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선수들에게 우리 감독 한결 같다는 걸 보여줄 겁니다.”
-서울은 우리만 만나면 힘들어했어. 우리를 이길 비책이 있나? 혹시 영업비밀이라면 서울이 우리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걸 꼽아줘.
“서 감독님 우승 팀 감독에게 하는 질문치고는 좀….(웃음).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 하나. 수원은 우리가 경쟁해야 할 팀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리고 사실 제가 전임 윤성효 감독님의 기에 눌려서 스스로 힘들었던 부분이 있습니다. 2011년 울산과 플레이오프 때 김호곤 감독님과도 그렇고. 저는 상대선수 11명도 보지만 상대 벤치도 많이 봅니다. 솔직히 윤 감독님, 김 감독님께는 기에서 눌렸습니다. 인정합니다. 그런데 서 감독님이 기에서 저를 이길 수 있을까요. 이제는 그런 부분에 부담이 없습니다. 작년에 후회되는 게 하나 있어요. 수원과 마지막 경기 때 윤 감독께서 명백한 온사이드였던 정조국의 골을 오프사이드라며 강력하게 항의하시며 시간 끌었죠? 그 때 제가 가서 말하고 싶었습니다. 수많은 관중이 보고 있으니 빨리 우리 축구를 하자고요. 결국 못 했지만 이제 그런 일 있으면? 바로 처 들어갑니다. 하하.”
-나는 크라머를 존경하는데 최 감독이 따르는 롤 모델이 있다면.
광고 로드중
-최용수표 축구 색깔이 있다면.
“서울은 2012년 우승 팀입니다. 1년 동안 수원 수석코치로 계시면서 우리를 봐오지 않았습니까. 그게 최용수표 축구입니다. 우리처럼 하면 우승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네요. 우승도 좋지만 득점과 실점의 비율을 보면 안정적이잖아요. 공수 밸런스가 좋았다는 게 맘에 듭니다. 2013년에는 또 2013년의 최용수표 축구를 보여드릴게요.”
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에는 언제나 구름관중이 몰린다. 2013년에는 서울 최용수-수원 서정원 감독의 자존심 싸움으로 더 흥미로운 대결이 예상된다. 스포츠동아DB
○최용수가 묻고 서정원이 답하다
-저는 한 우물, 한 길만 가려고 합니다. 그게 제 캐릭터입니다. 서 감독님은 저와는 정반대 캐릭터인 것 같은데요. 스스로 어떤 캐릭터라고 생각하는지.
“한 우물을 왜 파? 안 나오면 다른 우물을 파야지. 하하. 무슨 뜻인지 알겠어. 운동선수 상당수가 그런 경우인데. 난 융통성이 좀 있어야한다고 봐. 한 가지만 고집하는 타입은 아니지. 유들유들한 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강하게 뚝심 있게 한 가지 일을 밀고 나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현재와 미래,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다양하게 가능성을 열어두는 타입이라고 생각해”
-선수시절부터 서 감독님이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내년에 우리랑 축구를 하면서 보게 될 것 같은데요.
“미안하지만 내년에 적어도 서울전에서는 화내거나 짜증낼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최 감독이 아마 더 열 받을 일이 많을 듯 해.”
-서 감독님을 보면 해피 바이러스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선수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선수들이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게끔 분위기를 만드는 노하우가 궁금하네요.
“선수 시절 내가 크게 느꼈기 때문인 것 같아. 사실 감독이라는 존재는 예전에는 정말 높은 벽이었잖아. 이를 허물고, 선수가 먼저 다가서게끔 해야지. 얘기를 먼저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고, 선수 의사와 의견을 존중해주고. 잘못된 점도 다그치기보다는 먼저 생각을 물어보고. 듣기 편하게끔 의견을 공유하겠다는 마음가짐? 진심은 곧 통한다고 생각해. 그게 신뢰가 아닐까? 감독은 전략가일 뿐 아니라 심리상담사, 조언자 역할까지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봐.”
-K리그는 동물의 왕국처럼 험난합니다. 더구나 수원에는 이름값 높고 자존심 강한 선수들이 많고요. 때로는 생각처럼 게임이 안 풀릴 때도 분명 있을 텐데 이럴 때 어떻게 헤쳐나가실 복안이신지요.
“난 스트레스를 받아도 표출을 잘 안 해. 그걸 자꾸 노출시키면 선수들이 훨씬 아프지 않을까.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니까 화를 내기 보다는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하려고. 그러면 선수들 스스로 알아서 하지 않을까. 문제점이 있다면 선수들이 스스로 인지하도록 하고 이를 받아들이게끔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저는 수석코치를 오래 못 해 본 게 조금 찜찜합니다. 넘버2를 하면서 배울게 참 많았을 것 같은데 뜻 하지 않게 빨리 감독이 되는 바람에 부족함을 많이 느껴 제 자신을 더 채찍질하고 있습니다. 서 감독께서는 우리가 지도자로서 해서는 안 될 언행이 몇 가지나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정말 많지. 항상 보는 눈들이 많고. 난 차분히 단계를 밟으며 올라간 게 큰 도움이자 큰 힘이라고 생각해. 연령별 대표팀부터 국가대표팀, 프로팀까지. 선수들이 연령별로 다른 감성과 생각,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는 걸 빨리 깨우친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봐. 감독이 생각하는 것과 수석코치가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또 위치에 따라 선수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소중한 경험이었어.”
-조금 뻔한 질문이지만 그래도 묻고 싶습니다. 내년에 어떤 축구를 보여주실 건가요.
“누구나 지도자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그림이 있는데. 말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지. 하지만 그게 꼭 쉽게 되지만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 내 속에 마스터플랜도 있지만 100% 나올지 앞으로 바꿔가는 과정과 시행착오의 시간이 좀 필요하지 않겠어?”
○최용수
▲생년월일 : 1973년 9월10일
▲출신교 : 동래고-연세대
▲프로클럽 : LG치타스(1994∼1995) 안양LG치타스(1996∼2000) 제프유나이티드(2001∼2003) 교토 퍼플상가(2004) 주빌로 이와타(2005) FC서울(2006)
▲국가대표 경력 : A매치 67경기 27골
▲지도자 경력 : FC서울 코치(2006∼2010) FC서울 수석코치(2011) FC서울 감독대행(2011) FC서울 감독(2011.12∼)
▲수상 경력 : K리그 신인상(1994) K리그 MVP(2000) K리그 감독상(2012)
○서정원
▲생년월일 : 1970년 12월17일
▲출신교 : 거제고-고려대
▲프로클럽 : LG치타스(1992∼1995) 안양LG 치타스(1996∼1997) RC스트라스부르(1998) 수원삼성(1999∼2004) SV잘츠부르크(2005) SV리트(2006∼2007)
▲국가대표 경력 : A매치 87경기 16골
▲지도자 경력 : 올림픽대표팀 코치(2009∼2010) A대표팀 코치(2010∼2011) 수원삼성 수석코치(2012) 수원삼성 감독(2012.12∼)
구리|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