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부장 김국일) 임은정 검사(38·사법연수원 30기·사진)는 1961년 반공임시특별법 및 데모규제법 제정 반대 운동 등을 주도한 혐의(특수범죄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징역 15년이 확정됐던 고 윤길중 전 진보당 간사장에 대한 재심 사건에서 28일 무죄를 구형했다. 재판부는 바로 무죄를 선고했다.
문제는 구형 과정에 있었다. 이 사건의 담당 검사 자격을 다른 검사에게 넘기기로 결정한 뒤 임 검사가 이를 따르지 않고 선고 당일 법정에 들어가 검사 출입문을 잠근 채 일방적으로 구형을 해 버린 것. 출입문 손잡이에는 “내가 할 일을 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적은 쪽지를 붙여놓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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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검찰은 이번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이미 숨졌고 △생존 당시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인정한 점 △현재로선 사실관계를 뒤집는 내용을 재확인하기 어려운 점 △적용 법률에 대해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단이 없었던 점 △공범 5명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를 해 달라”는 통상 의견에 따라 무죄 선고를 받은 점 등을 고려해 “이번에는 법원의 판단에 맡기자”는 입장이었다.
임 검사는 계속 “무죄를 구형하겠다”며 맞섰고, 김국일 공판2부장은 임 검사에게 무죄 구형이 적절한지 심의하는 위원회(공소심의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뤄보자고 했다. 임 검사는 “다른 의견은 절대 따르지 않겠다”며 공식 절차를 무시했다고 한다.
갈등 끝에 김 부장과 임 검사, 그리고 다른 검사 2명이 참석한 내부 회의에서 이 사건을 다른 검사에게 맡기기로(재배당) 결정을 내렸는데 구형 당일 임 검사가 돌발행동을 저지른 것이다.
이날 임 검사는 법정에 들어가기에 앞서 검찰 내부 게시판에 “제 능력 부족으로 상급자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지만 해당 재심 사건의 무죄 구형은 의무라고 확신하기에 저는 지금 법정으로 갑니다”라며 “어떠한 징계도 감수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임 검사 측은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건 재배당을 통보받았을 뿐 동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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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장관석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