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WTO 사무총장 입후보 결정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직에 도전장을 내민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 동아일보DB
통상교섭본부는 28일 박 본부장이 차기 WTO 사무총장직에 입후보하기로 결정하고, WTO 사무국에 후보자 등록을 한다고 밝혔다. 파스칼 라미 현 사무총장은 내년 8월 31일로 임기가 끝난다.
WTO는 무역분쟁 조정, 반덤핑 규제, 다자간 통상조약 협상 등의 권한과 구속력을 가진 무역·통상 기구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과 함께 세계 3대 경제기구로 꼽힌다. 한국은 1994년에 김철수 전 상공부 장관이 초대 사무총장에 도전했지만 이탈리아의 레타노 루지에로 통상장관에게 밀려 사무차장 직을 맡은 전례가 있다.
당초 정부는 ‘그간 유럽이 주로 사무총장을 맡았으니 이번엔 개발도상국 차례’라는 지역순환론이 WTO 내에서 제기되면서 사무총장 도전에 큰 뜻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질 있는 후보자를 뽑아야 한다는 ‘인물론’이 힘을 얻자 서둘러 도전을 검토했고 박 본부장을 내세우기로 했다.
정부는 한국이 과거 GATT 체제 시절부터 줄곧 자유무역을 통해 경제성장을 일군 대표국가라는 점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개도국과 선진국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홍보할 예정이다. 유엔 사무총장과 세계은행 총재 등을 한국 출신이 맡고 있어 “한국인이 너무 독식한다”는 분위기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도 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WTO는 다른 국제기구에 비해 철저하게 실용과 효율을 앞세우는 기구”라며 “한국이 무역으로 여기까지 온 나라인 만큼 WTO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교섭본부 당국자는 “특정 후보에게 지지가 몰리기는 어렵고, 한국의 위상이나 박 본부장의 경력을 감안할 때 선출될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총 7개국에서 후보등록을 마친 가운데 인도네시아 멕시코 후보 정도가 잘 알려진 것으로 꼽히지만 유력 주자로 거론되진 않고 있다. 내년 1∼3월 공식선거 운동을 거쳐 4, 5월 중 일반이사회를 개최해 신임 사무총장을 선출한다. 지지도가 가장 낮은 후보를 한 명씩 탈락시키는 절차를 거쳐 최종 후보자 1명을 가리고 회원국의 이견이 없으면 만장일치로 추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