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선 내용 개봉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윤창중 수석대변인이 2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1차 인수위원회 인선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 등 인선 내용이 담긴 밀봉된 서류봉투를 뜯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윤창중 수석대변인의 ‘밀봉된 인사 봉투’가 상징하듯 철저한 보안과 안정성 중시, 힘의 쏠림 방지 등이 인수위 인선을 통해 보여준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다. 이 스타일은 내각과 청와대 구성 때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 당선인이 직접 챙기겠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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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보다는 인수위의 안정성을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 5년 전 이명박 당선인의 인수위가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아륀지’(오렌지의 미국식 발음) 발언 등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만큼 이번에는 ‘조용한 인수위’를 만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은 10월 12일 선대위에 참여하면서 “정치적 문제에 대한 식견도 없고 말씀드릴 능력도 없다. 평생 처음 정치에 나와 얼떨떨해 (말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할 정도로 신중했다. 인수위 부위원장으로 발탁한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역시 튀는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안정성을 중시한 나머지 인수위의 콘셉트 자체가 모호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물론이고 진 부위원장도 확실한 ‘정책통’은 아니다. 박 당선인의 공약을 정책화하는 ‘실무형’ 인수위라고 하기에는 2%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화합형’ 인수위라고 하기에도 모호하다. 다만 진 부위원장은 지역구는 서울(용산)이지만 본적이 전북 고창이다.
이 때문에 이번 인수위는 첫 조각이나 청와대 인선과 무관한 그야말로 ‘순수 인수위’라는 평가도 나온다. 인수위의 분과별 실무자로 강석훈,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 등 정책통이 상당수 참여할 가능성도 커졌다. 두 의원은 모두 대선 기간 후보실에서 정책 메시지를 담당했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정책을 확실하게 틀어쥘 가능성이 낮은 만큼 결국 ‘박 당선인이 정책 하나하나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48%를 향한 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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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통합위에 호남 인사가 많이 참여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한광옥 위원장은 전북 전주, 김경재 수석부위원장은 전남 여수 출신이다. 인요한 부위원장도 전남 순천에서 태어났다. 그가 2008년 출간한 책 제목이 ‘내 고향은 전라도 내 영혼은 한국인’일 정도로 호남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이들은 모두 대선 기간 선거캠프 내 유사한 조직에 참여했다. 선거가 끝난 만큼 상대 진영이나 호남에서 신망이 높은 인사를 새로 영입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국민대통합위는 구체적인 국민대통합 방안을, 청년특위는 청년실업 대책과 창업 지원 등 청년 맞춤형 정책을 마련하게 된다.
1차 인선에선 소수자와 여성에 대한 배려도 눈에 띈다. 소아마비를 앓은 김 위원장은 1988년 지체장애인으로는 처음 대법관에 임명됐다. 윤주경 국민대통합위 부위원장과 청년특위 박칼린, 하지원 위원 등은 여성이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대변인은 인수위 1차 인선에 대해 “나름대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 인사로 박 당선인이 고뇌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극단적인 언사를 일삼은 김경재 수석부위원장과 김중태 부위원장이 과연 48%의 국민을 통합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지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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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