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우리곁의 상처 입은 사람들인터넷 서점 예스24 주최
20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2012 예스24 네티즌선정 올해의 책’ 시상식에 참석한 혜민 스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1위를 차지한 그는 “각박한 삶 속에서도 스스로 성찰하고 위안을 얻는 ‘힐링’이 사회적인 트렌드로 부각되며, 제 책도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올해에는 총 9만463명의 누리꾼이 참여해 △문학 △인문·교양 △비즈니스·자기관리 △가정·실용 △아동·청소년 등 5개 분야 120권의 후보작 가운데 24권을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20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2012 올해의 책’ 1위를 수상한 혜민 스님을 비롯한 출판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했다.
‘2012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문학 작품을 보면 9권 중 7권이 시나 소설이 아닌 에세이였다. 지난해에는 베스트셀러 에세이의 키워드가 ‘청춘’이었다면 올해는 ‘힐링’이었다. 혜민 스님을 비롯해 법륜, 정목 등 스님들의 인생 해법을 담은 에세이들이 잇달아 인기를 끌었다. 젊은 독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이병률 시인의 여행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와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에세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도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스트레스와 경쟁에 지쳐 있는 독자들이 자신을 성찰하고, 상처를 치유함으로써 새로운 힘과 용기를 얻게 해주는 힐링 에세이가 독서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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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에 참석한 혜민 스님은 “사실 작품성으로 따지면 내 책은 1등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오랜 경륜을 가진 훌륭한 작가 분들이 많이 계신데, 저의 부족한 책이 오랫동안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도 ‘2012 올해의 책’ 1위로 선정된 것도 모두 너무나 송구스럽다”며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혜민 스님은 “제 책을 읽고 자살하려던 마음을 다시 잡았다고 하는 젊은이도 있었다”며 “제가 쓴 짧은 메시지에도 사람들이 위로받는 것을 보고, 우리 사회가 그동안 서로 인정해주고 사랑을 나누는 데 얼마나 인색했는지를 알게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기간 중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 대해 미움을 표현하는 글들이 많았는데, 이제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들끼리도 서로 화합하고 통합할 수 있도록 새 대통령께서 국정을 잘 이끌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올해의 책 3위에는 주진우 기자의 권력과 부패에 관한 심층 추적 취재기 ‘주기자’가 뽑혔으며,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인생 멘토링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여성 독자(63.2%)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4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 남자들의 허전한 마음에 주목한 김정운 교수의 ‘남자의 물건’은 5위에 올랐다.
해외 석학의 소문난 강의를 활자로 옮긴 책도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에 몸담고 있는 협상전문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의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8위와 11위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석학 제러미 리프킨의 ‘3차 산업혁명’(20위)은 인터넷 기술과 재생에너지 기술이 결합한 강력한 산업혁명의 도래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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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호 예스24 대표이사는 “책이란 단순한 출판물이 아닌 역사와 트렌드 그리고 시대상을 담는 결정체로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며 “10회째를 맞은 ‘올해의 책’이 앞으로도 ‘책 읽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올해의 책, 어떻게 뽑았나… 후보작 120권 대상으로 독자가 온라인·모바일 투표 ▼
후보가 되는 작품들은 문학 인문·교양 비즈니스·자기관리 가정·실용 아동·청소년 등 5개 분야별로 24권씩이다. △도서 내용과 편집이 우수하고, 기획력이 돋보이는 책 △올해의 상황과 맞는 시의성과 한국인에게 화제가 됐던 책 △오랜 기획과 저술의 노고 등으로 발간의 의미가 깊은 도서를 기준으로 선정한다.
예스24에 연간 등록되는 도서가 8만 권이 넘으므로 ‘올해의 책’ 경쟁률은 약 3333 대 1이 된다. 투표에는 매년 9만 명이 넘는 독자들이 참여해왔다. 올해의 책에 작품이 선정된 작가에게는 상패를 수여하는데, 2007년에는 방한한 앨빈 토플러가 직접 이 상패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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