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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는 일본 내 ‘한류 원조’였다

입력 | 2012-12-26 03:00:00

국립춘천박물관 10주년전… 서화 등 관련 유물 30점 공개




에도시대에 일본인들이 조선어를 공부하는 데 사용한 한시 번역문. 한시에 일본어 해석과 한글 해석을 번갈아 써놓았다. 국립춘천박물관 제공

“사관(使館)에 연일 심상한 시인들의 방문이 잇달아, 시를 부르고 화답하기와 필담으로 쉴 새가 없어 고통을 겪었다. … 시문집의 서문이니 화제니 화상의 찬(讚·서화의 옆에 써넣는 글)이니 영물시(詠物詩·새 꽃 달 나무 등을 소재로 지은 시) 같은 것들을 모두 내가 손수 쓰고 인장 찍은 것을 받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로 골몰하여 겨를이 없었다.”

1719년 통신사의 제술관(製述官)으로 일본에 다녀온 신유한이 여행기 ‘해유록(海遊錄)’에 쓴 글이다. 한류 스타가 일본에서 콘서트를 열거나 북적이는 도쿄 시부야에서 사인회를 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일본 내 한류의 원조라고 할 만하다.

강원 춘천시 우석로 국립춘천박물관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내년 2월 24일까지 ‘조선시대의 한류, 통신사’ 특별전을 연다. 재일 조선통신사 연구가인 이원식 선생이 한림대에 기증한 유물을 비롯해 통신사 관련 시문, 서화, 편지 등 30점이 공개된다.

조선의 국왕이 일본의 막부 장군에게 파견한 공식 외교사절인 통신사는 일본 지식인들의 문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는 역할도 했다. 통신사가 조선에서 출발해 에도(지금의 도쿄)에 도착하는 두 달 동안 일본 각 지역의 지식인들은 통신사 일행을 만나 함께 시를 읊기를 원했고, 글과 그림을 청하거나 학문적 질문을 하기도 했다. 통신사의 행렬 자체도 큰 볼거리였다. 통신사의 여정은 6개월∼1년간 계속됐다.

통신사로 일본에 간 화원 괴원(윤지한)이 1811년(추정) 그린 화조도. 괴원은 조선회화사에서는 생소하지만 일본에는 그의 작품이 10여 점 남아있다. 국립춘천박물관 제공

전시는 4부로 구성된다. 1부 ‘한류 맞이’에서는 통신사를 맞이하기 위해 조선어를 익히거나 문장력이 좋은 이를 통신사 접견 관리에 뽑는 등 의전과 접대에 정성을 다한 일본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본인이 조선어를 공부하는 데 사용한 한시 번역문이 눈에 띈다.

2부 ‘한류의 품격’에서는 통신사가 일본 지식인들과 교류하며 남긴 글과 그림을 살펴본다. 통신사로 파견된 화가 괴원(윤지한)이 그린 화조도, 문신 조태억이 그린 말을 탄 선비 그림, 일본의 고위 관리가 통신사와 주고받은 시 등이 전시된다.

3부 ‘표류해간 한류’에는 공식사절이 아니라 표류했거나 포로가 되어 일본에 간 조선인들이 남긴 문화의 자취를 담았다. 19세기 에도시대 말기의 유명 화가 우키다 이케이(浮田一蕙)가 조선 표류민 일행을 본 광경을 그림과 글로 남긴 작품이 공개된다.

4부 ‘열도 속에 꽃핀 한류’에서는 통신사와의 교류를 통해 계발된 일본 근세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무료. 033-260-1500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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