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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세금 27억 ‘먹튀’ 이정희, 종북 본색인가

입력 | 2012-12-17 03:00:00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가 어제 후보직을 사퇴하고 3차 대선후보 TV토론에 불참했다. 이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사퇴한다”고만 밝혔으나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후보는 4일 1차 TV토론에서 대한민국을 ‘남쪽 정부’로 지칭할 정도로 종북(從北) 주사파그룹을 대변한다. 이 후보는 사퇴하면서 종북 성향 지지자들에게 문 후보를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문 후보 지지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문 후보에게 종북 색깔이 덧씌워지는 것을 막으려는 전술일 것이다.

이 후보가 속한 통진당은 대선후보 등록을 하면서 국민 세금인 선거보조금 27억3500만 원을 받았다.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후보 단일화가 선거보조금을 챙기고 튈 명분이 될 수 없다. 통진당과 결별한 심상정 전 진보정의당 후보가 ‘먹튀’ 논란을 의식해 후보등록 전에 사퇴한 것과 비교하더라도 이 후보의 태도는 뻔뻔스럽다. 이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며 그동안 두 차례 TV 토론을 휘저으면서도 먹튀 논란에 대해선 못 들은 척했다. 이 후보의 먹튀는 중도 사퇴하더라도 선거보조금을 반납할 필요가 없도록 돼 있는 법의 맹점을 악용한 것이다.

민주당은 올 4·11총선에서 통진당과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단 등을 핵심으로 한 정책합의문을 발표하며 야권연대를 가동했다. 총선 승리에 집착해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일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총선 후 통진당은 비례대표 경선부정 사건으로 내분에 휩싸였고, 민주당은 통진당과 거리를 뒀다. 문 후보 측은 사전 교감설을 부인하면서도 이 후보 사퇴가 막판 박빙(薄氷) 판세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은 이 후보의 문 후보 지지로 종북연대가 재가동됐다고 주장한다.

이 후보에 대한 1% 안팎의 지지자들은 문 후보를 지지하든가 기권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안철수 전 후보를 지지하는 부동층은 이 후보가 사실상 문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에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안 전 후보는 “나는 합리적 보수와 온건 진보를 아우른다”고 말했다. 이정희 종북세력과는 선을 긋는 발언이다. 안 전 후보도 “나는 문 후보와 이념적 차이가 있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이 후보 사퇴 후의 이념적 구도에 대해 분명히 의견을 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