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시군만 분만실 운영… 그나마 인력난-적자 시달려
전남 완도군은 유인도 55개 등 섬이 많은 곳이다. 주민 수는 11월 말 기준 5만3832명이며 올해 신생아가 428명 태어났다. 완도에서는 D종합병원이 유일하게 산부인과 진료와 분만을 하고 있다. 전남지역 30% 시군에서 산부인과 진료와 분만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완도는 어떻게 산부인과를 운영할까?
완도 D종합병원 전모 원장(57)은 산부인과 전문의다. 24시간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를 운영하려면 한 달에 임산부 30명 이상이 있어야 한다. 전 원장은 “최근 3일 동안 응급처치가 필요한 임산부 2명을 수술했다”며 “사실상 적자를 내고 있는 산부인과를 사명감 때문에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 한 해만 응급 상황 임산부 10명을 수술했다. 환자침대가 120개인 D종합병원은 산부인과 적자를 다른 과의 흑자로 충당한다.
전 원장은 “산부인과에서 흑자가 생겨야 재투자를 하고 신생아실 운영을 위한 소아과 의사도 채용할 수 있다”며 “농어촌 의료 서비스는 적자로 인해 재투자 부실과 의료인력 확보 어려움이라는 악순환에 빠져든 지 오래”라고 말했다. D종합병원은 적자가 나는 산부인과를 폐쇄하고 그나마 운영이 가능한 노인요양병원 신설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부인과가 고전을 면치 못하자 그 여파는 고스란히 대학병원으로 미치고 있다. 조선대병원은 산부인과 등 일부 비인기 과목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해 기존 인력의 근무 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최근 전공의가 사표를 낸 조선대병원 산부인과의 경우 기존 6명이던 전공의가 출산휴가와 전문의 시험으로 빠지면서 3명으로 줄었다. 비뇨기과의 상황도 비슷해 각종 진료나 수술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전공의 인원이 줄면서 기존 멤버의 근무시간이 늘어나는 등 여건이 열악해지고 있다. 전남대병원도 비인기 과목에 전공의를 제대로 수혈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남도의사회 관계자는 “외과 기피현상이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산부인과는 자연분만 사고도 병원이 책임을 져야 해 기피현상이 더 심하다”며 “임산부 진료 분만은 농어촌부터 무너지기 시작해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