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인 청라국제도시로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광성중고교. 박문여중고교의 송도국제도시에 이어 옛 도심권 학교의 이전이 러시를 이룰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정 씨가 그토록 송도국제도시로 이사 갈 생각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보다 좋은 교육환경에서 공부시키고 싶은 부모의 마음에서다. 그는 “인근에 있는 박문여중고교가 송도로 이전하고 광성중고교도 청라로 이전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옛 도심에서 자식을 키우다가 도태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박문여중고교에 이어 광성중고교가 청라국제도시로의 이전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옛 도심 주민들의 허탈감이 커지고 있다. 12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5월 광성중고교가 청라국제도시의 이전에 관한 의견을 문의해 이전에 문제가 없다고 통보했다. 광성중고교는 학생과 학부모, 동문 등을 대상으로 학교 이전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등 이전 계획 승인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광고 로드중
여기에 특수목적학교가 인천 신도심 위주로 유치되면서 옛 도심과의 교육 인프라 격차는 크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시와 시교육청은 2015년 송도국제도시에 전국 최초의 과학예술영재학교가 들어선다고 발표했다. 9월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주관으로 연수구(송도국제도시)와 서구(청라국제도시) 등 신도시를 낀 2개 자치구와 옛 도심으로 분류되는 계양구가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됐다. 특구 안에서는 초중등교육법의 교육과정 및 교과서 규제를 받지 않는 ‘국제화 자율 시범학교’(가칭)를 지정·설립할 수 있다. 학교의 자율적 결정에 따라 자체 개발 도서나 외국학교 교재를 사용해 원어수업을 할 수 있다. 인천시의회 허회숙 의원은 시정질문을 통해 “송영길 시장이 학력향상선도학교를 운영하는 등 오랜 전통을 이어 온 옛 도심 명문고의 부활을 공약으로 세웠지만 신도심과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는 당초 과학예술영재학교는 기존 학교를 활용해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모든 자치구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는데 신청이 들어온 곳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향후 5년간 2000억 원을 들여 원도심 81개 초중고교의 교육환경 개선, 교육여건 개선, 교육복지 실현 등 3개 분야 16개 사업을 벌여 옛 도심의 교육활성화에 힘쓰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노현경 시의원은 “사립학교가 모두 빠져나간 뒤 교육환경에 힘을 쏟는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면서 “학교시설 노후화와 동문, 학부모 이전 찬성 등을 명분으로 옛 도심에서 떠나면 원도심 교육은 몰락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