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칙(鄭칙·1601∼1663)이라는 문인은 노년에 불면의 밤을 자주 보냈습니다. 잠을 이룰 수 없어 등잔불을 껐다 켜기를 몇 번이나 반복합니다. 옆방에서 편히 코를 골고 자는 하인이 얄미워서 시킬 일도 없으면서 괜스레 불러 깨워봅니다. 그렇게 뒤척이다 어느새 새벽 닭 울음소리가 들리고 창이 훤해집니다. 이보다 더 반가운 일이 없습니다. 이 분은 생의 마지막 작품으로 비슷한 제목의 시를 지었는데 ‘늘그막에 한가하여 일이 없기에, 세월이 오고 가는 것 살펴보노라. 창문 하나 밝았다 어두워지는 사이에, 그저 백년 인생 바삐 감을 알겠네(老去閒無事 光陰閱往來 一窓明暗裏 惟覺百年催)’라 하였습니다. 누워서 멍하게 창밖을 내다보는 그의 쓸쓸한 눈길이 느껴져 서글퍼집니다.
이종묵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