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발표가 나기 전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을 점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사장으로 승진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데다 대선을 앞두고 대기업에 비판적인 사회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경영권 승계와 연결시켜 해석하지 말아 달라”면서도 “이 부회장 내정자가 최고경영진의 위치에서 더 깊고 폭넓게 전자사업 전반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 내정자의 그룹 내 역할이 확대되면 그룹 경영진의 세대 교체에도 자연스럽게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출신, 특히 삼성전자 출신에 대한 고집을 버리고 외부에서 영입한 핵심 인재를 중용했다는 점도 이번 인사의 한 특징이다. 사장으로 승진한 이인용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방송사 앵커 출신으로 삼성에 전무로 경력 입사했다.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장 사장으로 임명된 홍원표 부사장도 KT 임원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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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희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금융계열사들도 삼성전자처럼 일류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이건희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전략실에서 이인용 사장과 함께 임대기 부사장이 제일기획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데 대해 “대기업에 우호적이지 않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 최근 연말 인사를 실시한 다른 그룹처럼 삼성에서도 홍보 담당 임원들이 약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장강명·정지영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