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는 4일 TV토론에서 “기필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겠다”며 ‘박근혜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명대사 “난 한 놈만 골라 팬다”를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이 후보는 박 후보의 답변에 “준비를 잘하고 오셔야죠” “됐습니다”라고 쏘아붙이거나 비아냥거리듯 독설을 내뱉어 ‘토론 자세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신이 답변할 때는 질문 의도와 무관하게 동문서답으로 일관해 내용도 부실했다는 평이다.
이 후보는 이날 기조연설부터 “지난 5년의 참극을 낳은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허용하지 말자”며 포문을 열었다. 박 후보에게 “‘빵이 없으면 과자 먹으면 되지’라고 한 (프랑스 루이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와 다를 바 없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박 후보가 “이정희 후보는 단일화를 외치는데 그렇다면 사퇴할 경우 국고보조금을 물어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 후보는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고 독설을 했다.
이처럼 좌충우돌하던 이 후보는 한국 정부를 ‘남쪽 정부’라고 표현했다가 다시 ‘대한민국 정부’라고 정정해 통합진보당을 둘러싼 ‘종북’ 논란을 상기시켰다. 문재인 후보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묻자 이 후보는 “천안함 사건 때도 그렇고, 북한에서는 아니라고 하고, 남쪽 정부에서는, 저기 우리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북 책임이라고 하고…. 그러다 보니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난데없는 돌출 발언도 쏟아냈다. 그는 “민주노동당 시절 민주당 의원들과 4대강 반대를 위해 예결위를 점거하고 있었는데 한 민주당 의원이 보수언론 기자를 만나 책 속에 10만 원권 수표를 넣어 보냈다”며 “민주주의를 위해 농성한다며 보수언론에 촌지 내미는 모습이 역겨웠다”고 말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 동영상 = 이정희의 독설쇼 ‘남측정부’표현, 예민한 질문은 ‘동문서답’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