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온도 20도 제한 첫날… 서울 명동거리 가보니
3일 낮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점포가 가게문을 연 채로 영업을 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3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의류매장. 지식경제부와 에너지시민연대 등이 참여한 ‘캠페인 홍보단’은 겨울철 전력사용 자제를 당부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홍보단의 요청에 매장 직원은 굳은 표정으로 “알겠다”며 1층 천장에 달린 시스템 냉난방기를 껐다. 하지만 가게 2층에서는 난방기가 여전히 뜨거운 바람을 뿜어내고 있었다. 취재기자가 직원에게 “가게가 추운 것 같다”고 말을 걸자 즉시 “난방기를 풀가동 중이니 곧 따뜻해질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사용제한 조치 첫날 명동 일대 매장 상당수는 문을 열고 난방기를 틀고 있었다. 낮 12시 옛 중국대사관 인근에 몰려 있는 네이처리퍼블릭, 에뛰드하우스, 스킨푸드, 아리따움 등 화장품 매장 중 에너지 절약을 위해 가게 문을 닫은 가게는 한 곳도 없었다. 이 중 한 곳은 문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직원을 위해 길거리에서 전기 온풍기를 가동했다.
바깥 온도는 영상 3도 안팎이었지만 점포 내부의 실내온도는 21도를 오르내렸다. 화장품 매장의 한 직원은 “가게 특성상 길거리 손님을 잡는 게 필수인데 문을 닫으면 영업이 곤란하다”며 “다른 매장들도 모두 문을 열고 영업하니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절전에 협조하는 곳이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취재팀이나 절전 홍보단이 방문한 곳이었다. 캠페인이 진행된 명동예술극장 사거리 주변 우리은행 명동지점, 신한은행 명동금융센터의 실내온도는 각각 18.7도, 19.5도였다. 은행에는 카디건과 터틀넥 티셔츠를 겹쳐 입은 직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600m 떨어진 중구 충무로1가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제일지점의 실내온도는 21.6도였다.
본보 취재팀이 공식 방문한 롯데마트 서울역점의 이날 실내온도는 17.7도. 하지만 취재기자 신분을 밝히지 않고 들른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롯데백화점 본점은 모두 21.3도였다. 명품관인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점의 실내온도는 22.7도까지 올라갔다. 계도기간이 끝난 뒤라면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