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어제 캠프 해단식은 정치인 안철수의 새로운 출정식 같았다. 안 씨는 “국민들께서 만들어주셨던 새 정치 물결 그리고 새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고 저는 더욱 담대한 의지로 정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새 정치의 길 위에 저 자신을 더욱 단련해 항상 함께할 것”이라며 “오늘의 헤어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통령선거가 어떻게 결말이 나는지에 상관없이 대선 이후를 염두에 두고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일종의 안철수 식 장외(場外) 출정 선언이나 다름없다.
지난달 23일 안 씨의 후보 사퇴는 구구한 해석을 낳았다. 그는 사퇴 회견문을 통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야권 단일후보로 지칭하고 문 후보에게 성원을 보내줄 것을 당부했지만 회견문의 전후 맥락이나 사퇴의 방식으로 볼 때 흔쾌한 지지로 보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야권 후보 양보’가 아니라 ‘포기’이고, 야권 후보 단일화의 실패라는 분석도 나왔다.
안 씨가 이후 어떤 언급을 할지에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이 컸다. 안 씨의 발언에 따라 문 후보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쪽으로 가지 않고 부동층으로 빠진 안철수 지지자 중 15∼20%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 씨가 어제 말한 ‘문 후보 지지’는 사퇴 기자회견 당시의 발언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좀 더 화끈한 지원을 기대했던 문 후보 측은 선거법 저촉 문제를 거론하며 애써 자위(自慰)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내심 실망이 클 것이다.
문 후보도 더이상 안 씨만 애타게 바라보지 말고 국가 지도자로서 자신의 리더십과 비전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주는 데 진력(盡力)해야 할 것이다. 문 후보가 안 씨에게 기대면 기댈수록 국민의 눈에 비치는 문 후보의 모습은 왜소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