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대 안 부러운 인기 누려
특화된 분야에 맞춤형으로 개설한 특성화 학과는 불황과 취업난 속에서도 졸업 후 진로가 비교적 밝은 편이라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면서 선호도가 높다. 주로 정보통신(IT) 계열의 전문 분야를 공부할 수 있어 일자리 수요가 많아서다. 특히 이공계열의 특성화 학과는 우수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을 막는 효과도 있다. ‘이공계 살리기’에 나선 학교 측이 이들 학과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004년 디스플레이 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특성화 학과인 정보디스플레이학과를 만든 경희대는 대기업과의 산학협력을 통해 학생들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2008년 첫 졸업생 배출 이후 매년 졸업생의 70% 정도가 대기업에 취업했다. 2 대 1 정도였던 입시 경쟁률도 4 대 1 이상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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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특성화 학과는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아 중도에 학업을 그만두는 비율도 낮다.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는 지난해 신입생 30명 전원이 의대나 서울대 인기학과 입학이 가능한 과학고나 영재고 등 특수목적고 출신이었는데 단 한 명도 이탈하지 않았다. 이 학교 천모 군(19)은 “‘간판’이나 ‘장래 수입’을 고려해 대학 입시에 한 번 더 도전해 보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지만 ‘특화된 배움’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뿌리쳤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특성화 학과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의 일자리 수요를 예측하지 않고 유행처럼 학과를 개설해 학생들에게 혼란만 주는 경우도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가 특성화 학부로 만든 생명공학과는 입시 첫해인 2009년 1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입학 성적도 단번에 학교 내 2위에 오를 정도로 주목받았지만 지난해 입학생 가운데 약 75%가 약대 등으로 전공을 바꿨다. 신약 개발 등 바이오 관련 전문 인력 양성을 내건 학사 과정이 약대와 큰 차별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빚어진 부작용이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의학·치의학·약학 전문대학원 진학을 꿈꾸던 학생들이 입학했다가 특징이나 장점을 찾지 못해 대거 이탈한 이 학과처럼 다른 특성화 학과 역시 특성을 살리지 못하면 순식간에 거품이 꺼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서동일·박승헌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