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 In Uniform:제복입은 사람들쓰촨 지진 현장서 맹활약 송파경찰서 이희준 경감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앓다 공상 인정 못받고 숨져
지진 피해를 수습한 뒤 그는 ‘지진 공포’로 가슴이 갑갑하고 손발이 떨리는 증상을 호소했다. 자연재해를 겪은 사람이 앓는 전형적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였다. 2009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 가족에게 갑작스레 화를 내는 등 돌발행동도 했다. 그러면서도 송파경찰서 생활안전계장, 정보계장, 상황실장을 맡아 성실히 일했다.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틈도 없었다. 한 동료 경찰관은 “경찰 조직 분위기상 육체적인 외상이 아닌 정신건강 이상으로 쉬면서 치료를 받기 어렵다”며 “이 경감은 간부라는 책임 의식이 유별나 동료들도 증상이 심각한지 몰랐다”고 했다.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 뉴스를 본 뒤 이 경감의 증상이 악화됐다. 그는 5월 공무상 질병을 인정받기 위해 공상을 신청하고 질병휴직계를 냈지만 인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이후 강원 속초시의 한 요양원에서 요양 생활을 하며 공상 재신청 결과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결과를 받아 보지 못한 채 27일 오전 5시경 심장마비로 숨졌다.
아내와 두 아들은 이 경감의 공무상 질병을 인정받고 현충원에 안장하기 위해선 순직 처리 과정을 밟아야 한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공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인정되도록 최선을 다해 유족을 돕겠다”고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