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프인사와 오찬후 지방행 “사퇴회견문에 다 들어있어… 지지자들에게 빚쟁이 됐다”어떤 식으로든 文 돕겠지만 대선후 독자세력 만들수도
철수하는 安캠프 28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캠프 사무실에서 업체 직원들이 사무기기와 용품을 철거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안 전 후보는 “(내 마음은) 23일 후보 사퇴 기자회견문 그대로이고 거기에 다 들어 있다”고 말했다고 오찬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는 회견문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뜻과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의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나타난 문 후보와 민주당의 태도에 실망을 드러낸 바 있다.
이를 종합하면 안 전 후보가 ‘개인 안철수’로선 문 후보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지만 대의를 위해 문 후보를 돕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 후보 측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외부에서 돕는 방식이 유력하다. 한 실장급 관계자는 “안 전 후보가 선거 지원 얘기를 하지 않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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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은 대선이 끝날 때까지 안 전 후보와 뜻과 행동을 같이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 실장급 관계자가 전했다. 이날 캠프 인근의 중국음식점에서 안 전 후보를 만난 인사는 박선숙 김성식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과 유민영 정연순 대변인, 조광희 금태섭 강인철 변호사 등 실장·부실장급 16명이었다. 한나라당 출신의 이태규 미래기획실장 등 몇몇 실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한 실장급 참석자는 “지지자들이 후보직 사퇴로 상처를 입었다. 책임감 차원에서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캠프에선 안 후보가 정치를 계속하려면 지금처럼 모호한 말보다 더 분명히 국민 앞에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목도리를 칭칭 감고 나타난 안 전 후보는 표정이 비교적 밝았고 참석자들과 농담도 주고받았다. 사퇴회견 이후 지방에서 쉬며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를 읽었고 영화 ‘연가시’와 ‘도둑들’을 봤다고 한다. 안 전 후보는 “우리가 함께했던 실제 상황이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후보는 해단식 일정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이날 다시 지방으로 내려갔다고 한다. 해단식이 다음 주로 연기될 가능성도 있지만 캠프 내에선 이번 주 안에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 종로구 공평동 빌딩의 4, 5, 6, 9층을 쓰던 캠프는 이날 4, 5층만 남기고 집기 등을 철수하기 시작했다.
오찬 참석자들 가운데에선 “선거 과정에서 더 잘했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캠프 일각에선 “기존 정당과 다른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지지자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민주당 눈치를 보며 단일화에만 치중한 나머지 수세에 몰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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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