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박경완 “내년에도 2군? 그럼 떠나겠다”

입력 | 2012-11-21 03:00:00

■ 선수생활 1년 연장 합의한 SK 포도대장




“다시 1군 안방을 지키고 싶다!” 구단의 코치직과 연수 제안을 거절하고 현역 생활 연장을 결정한 SK베테랑 포수 박경완은 “내년에도 2군에 머문다면 SK를 떠나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6월 20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포수로 출전한 모습. 동아일보 DB

‘포수로 역대 최다 홈런(313개), 최초 20홈런-20도루(2001년), 자타공인 최고의 투수 리드….’ SK 박경완(40)은 화려한 기록을 보유한 ‘국가대표 포수’다. 그러나 최근 2년간은 단 18경기 출전에 그쳤다. 표면상의 이유는 ‘부상’ 때문이었다. 그러나 1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만난 그는 “언제든 경기에 출전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솔직한 심경을 들었다.

○ “감독이 안 쓰겠다면 떠나는 게 맞다”


박경완은 16일 선수 생활을 1년 연장하기로 SK와 합의했다. 내달 구단과 연봉 협상을 할 예정이다. SK는 그에게 코치직과 해외연수를 제안했다. 박경완은 정중히 거절했다. 그는 “이렇게 잊혀지듯 선수생활을 접고 싶지 않다”며 현역 연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내년 시즌에도 그가 1군에 살아남을지는 불투명하다. 올 시즌 주전포수로 뛴 조인성 정상호가 건재한 데다 이재원까지 복귀했기 때문이다. 그는 내달 2일 SK 이만수 감독이 미국 플로리다 마무리훈련에서 돌아오면 ‘담판’을 짓겠다고 했다. 만약 내년에도 올해처럼 2군에 주로 머문다면 10년 동안 뛰었던 SK를 떠난다는 각오다. 그는 “만약 감독이 나를 안 쓰겠다면 내가 떠나는 게 맞다. 이렇게 2군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 “내 몸은 경기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


SK와이번스 제공

SK는 올 시즌 박경완이 부상 때문에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경완의 말은 달랐다. “몸 상태는 90%까지 올라왔다. 내가 ‘부상 때문에 복귀하지 못한다’는 보도를 볼 때마다 너무 답답했다. 난 충분히 뛸 수 있었지만 공정한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그는 올해 초 스프링캠프 때부터 자신이 점점 소외되고 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올 시즌 1군 출전 경기는 8차례. 1991년 데뷔 이래 가장 적은 출전 경기 수다. 그는 “만약 내가 다른 포수에 비해 기량이 떨어져서 밀려난 거라면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말도 없이 2군에 머물고만 있어 답답했다”고 털어놓았다.

박경완은 2군에서조차 설 자리가 별로 없었다. 2군 경기 출전도 36차례에 불과했다. SK 김용희 2군 감독의 입장에서는 신인 선수에게도 출전 기회를 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2군의 현실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3, 4일에 한 번밖에 경기에 나서지 못해 타격감을 끌어올릴 수 없었다”고 했다.

○ “포수로선 누구보다 자신 있다”

“오늘이 내 야구 인생에서 마지막 경기가 될 듯해. 그래도 최선을 다할 거니까 좋은 결과가 있겠지. 열심히 할게.”

박경완은 올 시즌 첫 1군 경기였던 6월 16일 문학 한화전을 앞두고 아내에게 이런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야구를 하고 싶다는 강한 의욕이 담겨 있었다. 이날 박경완은 외국인투수 부시와 호흡을 맞췄다. 부시는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박경완의 투수 리드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올 시즌 그가 출전한 8경기에서 SK는 4승 4패를 거뒀다. 박경완은 “투수 리드 등 수비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다. 내가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타격이었다. 올 시즌 1군 타율은 불과 1할(20타수 2안타). 2000년 홈런 40개를 쳤던 왕년의 홈런왕으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그는 “분명 전성기만큼 방망이를 휘두르긴 어렵다. 하지만 타격 감각을 살릴 기회가 부족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만수 감독은 “야구 선수가 실력이 안 되는데 뛸 수는 없다. 그 당시 박경완은 부상이 회복되지 않았고 타격도 약해 다른 포수들에 비해 부족했다”고 말했다.

○ “어디서든 야구를 하고 싶다”

박경완이 소망하는 건 단 하나. ‘어느 팀에서든 주전 포수로서 야구를 하고 싶다’는 거다. 그는 올 시즌 내내 ‘남들이 봤을 땐 아닌데 나만 고집을 부리는 게 아닌가’ 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그가 내린 결론은 “SK에서 안 된다면 다른 팀에서라도 포수로 뛰면서 후배를 키우고 싶다”는 것이다.

박경완은 포수가 약한 팀에 여전히 매력적인 선수다. 그가 올해 자유계약선수(FA)를 선언하지 않았기에 다른 팀으로 이적하려면 트레이드밖에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이 감독은 “내년에도 박경완과 함께 간다. 좋은 포수를 다른 팀에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연 박경완의 간절한 소망은 내년 시즌에 이뤄질까.

인천=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