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성세의 재상 황희(黃喜)가 불렀다는 시조. “대추 볼 붉은 골에 밤은 어이 떨어지며, 벼 벤 그루에 게는 어이 나리는고. 술 익자 체 장사 돌아가니 아니 먹고 어이리.” 가을을 맞아 대추는 볼이 붉어지고 밤송이가 벌어져 밤알이 떨어집니다. 벼를 벤 논에는 게가 기어 다닙니다. 안줏거리가 이렇게 많은데 마침 체 장사가 지나갑니다. 막걸리를 걸러놓고 동네 사람들을 불러야겠지요. 이러한 마음이 있으니 태평성세의 재상이 될 수 있었겠지요.
김윤안과 비슷한 시대 정홍명(鄭弘溟)도 따스한 마음을 그리워하였나 봅니다. ‘농가의 사계절(田家四時詞)’이라는 작품의 가을 노래에서, “매달린 박 꼭지 떨어지고 대추 볼 붉어지자, 가는 곳마다 거리에는 즐거운 풍년 이야기 넘쳐나네. 어린 며느리 맛난 밥을 고이 지어다가, 손수 소반에 들고 늙은 시아비께 권하네(懸瓠落체棗시紅, 到處街談樂歲풍. 小婦軟炊香稻飯, 手提sv勸衰翁)”라 하여 아름다운 풍속을 그려보였습니다. 집안 어른은 물론이고 이웃 노인과도 즐거움을 함께하는 삶, 그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세상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