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킴벡의 TRANS WORLD TREND… 개인용 문구의 세계
‘스마이슨’의 명함과 가죽 소재 명함 케이스. 조엘 킴벡 제공
뉴욕 상류층이 오랫동안 애용해 오던 최고급 문구 부티크에 부쩍 패션 피플의 왕래가 늘어난 것이 특징적이다. 에르메스 백에서 에르메스 다이어리를 꺼내 드는 것을 촌스러운 것으로 여기기 시작한 패션 피플이 개인용 문구업계의 최고 명품으로 시선을 돌렸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럭셔리
록펠러재단의 창업자, 존 데이비슨 록펠러도 애용했던 업체인 이곳은 유명 정치인 및 사회 저명인사들이 일부러 찾아 개인 명함 및 문구를 제작하는 곳으로 통한다. 최근까지도 대부호 도널드 트럼프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그의 아내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이 이곳을 단골로 삼고 있다.
크레인을 방문해 보면 다양한 종이류와 서체, 그리고 아이콘이 배열된 샘플북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이미 엄선해 골라 놓은 이 요소들을 컨설턴트와의 상담을 통해 조합한 뒤, ‘나만의 명함’ 또는 ‘나만의 편지지’를 만드는 것이다. 창업 당시부터 지류 일체에 자연 분해되는 면 성분 종이를 사용해 왔으니, 환경 보호와 관련해서도 선견지명이 있었다 할 만하다. 가격은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엠보싱 2도 인쇄’ 옵션에 맞춰 200장을 주문할 경우 약 400달러(약 43만6000원)가 든다. 장당 가격은 2달러(약 2180원). 제작 기간은 2∼3주 소요된다. 필자가 몇 해 전 크레인 매장에서 명함 및 개인용 편지지를 제작하러 들렀을 땐, 유명 가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청첩장 제작 상담을 하고 있는 장면도 목격했다. 크레인의 웨딩 초청장 서비스는 미국 웨딩 플래너들이 강력 추천하는 진정한 고급 서비스로 통한다.
뉴욕 패션 피플의 발길이 최근 부쩍 늘어난 최고급 문구 부티크들. ‘크레인’(왼쪽)과 ‘스마이슨’은 최고급 재질을 사용해 품격있는 개인용 문구를 제작해준다. 조엘 킴벡 제공
최고급 개인 문구 부티크 ‘스마이슨(Smythson)’은 영국에서 건너왔다는 점 때문에 뉴요커들에게 더욱 각광받는 곳이다. 명품 거리로 통하는 맨해튼 5번가와 57번가가 교차하는 코너에 위치한 이곳은 이른바 ‘퍼스트 클래스 스테이셔너리’로 통한다. 1887년 런던 뉴본드가에 문을 열 당시, 영국의 왕족과 귀족들을 위한 종이류와 사무용 가죽 제품들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스마이슨은 1964년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왕실 조달 허가증 ‘로열 워런트’를 받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뉴욕에서 주문해도 모두 런던에서 제작, 공수된다. 그래서 의뢰 후 손에 넣기까지는 1개월이나 걸린다.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