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룰 협상 중단 왜
밀짚모자 쓴 安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14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열린 농민살림연대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의 권유로 밀짚모자를 쓰고 배추를 들어 보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安 측 “민주당의 조직적 세몰이”
안 후보 측은 이날 민주당 쪽에서 흘러나온 ‘안철수 양보론’과 안 후보 측 협상팀원에 대한 폄훼 발언 등을 협상 중단의 이유로 내세웠다. 그 이면에는 민주당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있다.
안 후보 측은 문 후보 측이 ‘이중 전략’을 쓰고 있다고 판단한다. 문 후보는 ‘통 큰 맏형’ 이미지를 앞세워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는 역할을 맡고 캠프와 민주당 조직은 물밑에서 안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을 퍼뜨리고 있다는 것.
안 후보 측은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갑자기 안 후보를 앞서는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민주당 조직이 동원됐기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안 캠프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이 이날 “문 후보는 좋은 말씀을 하는데 후보 주변에서는 왜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민주당 조직 전체를 동원한 세몰이도 도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 측은 최근 언론 등을 통해 ‘협상이 이번 주를 넘기면 안 후보가 양보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확산되는 배후도 민주당이라고 보고 있다. 전날 ‘안철수 펀드’를 출시해 선거자금을 모으고 있는 캠프에는 이날 오전부터 “안 후보가 총리를 맡고 차기 대선에 나서기로 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이냐”, “물러날 사람이 펀드를 모으는 것은 사기 아니냐”라는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안 후보 측은 “누군가 악의적으로 거짓말을 퍼뜨리는 것 같다”라며 문 후보 측을 겨냥했다.
안 후보 측은 새정치공동선언 발표를 앞두고 ‘국회의원 정수 300명 유지’ 등의 가합의 내용이 흘러나온 것도 민주당의 언론플레이로 의심하는 상황이다.
안 후보 측은 민주당 실무팀원인 김기식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후보 간 복수의 TV토론이 가능하며 단일화 룰을 늦어도 16일까지 합의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공식 발표 이외에는 의견을 내지 않기로 한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안 측 주도권 잡기? 진짜 위기의식?
실제로 안 후보 측이 위기감을 절감했을 수도 있다. 지지율이 주춤하는 상황에서 ‘양보론’ 등이 확산된다면 지지층의 동요로 이어져 단일화 승리를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초반에 강경 카드로 대응하지 않으면 지지층을 결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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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