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인화. 해냄출판사 제공
소설가 이인화(본명 류철균·46)가 8년 만에 새 장편 ‘지옥설계도’(해냄·사진)를 펴냈다. 13일 서울 정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화제는 소설이 아니라 ‘스토리헬퍼’라는 디지털 스토리텔링 저작도구였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소설을 썼으며, 내년 3월 무료로 일반에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스토리헬퍼는 머릿속에 든 온갖 분절된 아이디어를 입력하면 요술 상자처럼 일관된 줄거리를 뚝딱 만들어 낸다.
장르 인물 상황 행동 등에 관한 29가지 객관식 질문에 답을 입력하면, 이것들이 엮여 A4용지 한 장 분량의 줄거리가 나온다. 이용하기는 간단하지만 소프트웨어 제작은 쉽지 않았다.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인 작가는 2003년부터 2300편이 넘는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분석해 대표 스토리 모티브(상황) 205개를 마련했고 이것의 조합으로 이야기 데이터베이스 3만4000여 개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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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헬퍼를 통해 바로 책을 출간할 수는 없다. 이 프로그램이 뱉어내는 것은 현재로서는 A4용지 한 장의 줄거리이다. 하지만 기존 작품들의 ‘패턴’과 유사성을 점검해가며 대중적 혹은 독창적인 글쓰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작가는 ‘리니지’를 비롯한 온라인게임의 고수. 42시간 동안 쉬지 않고 게임을 하다 병원에 실려 간 적도, ‘불마법’을 피하려고 ‘광클’(미친 듯이 마우스를 클릭)을 하다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찢어지기도 했다. 요즘엔 바빠서 하루 3시간만 마우스를 잡는다고 한다. 그는 게임을 통해 소설의 모티브를 얻었고, 같이 게임하는 ‘동생’들을 생각하며 글을 썼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 전략 게임 ‘인페르노 나인’이 23일 알파테스트에 들어간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