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임기를 마치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1기 행정부의 장관 15명 가운데 13명은 4년 전 정권 출범 때 임명된 사람들이다. 장관 재직기간이 이 정도는 돼야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행정의 정치적 책임을 나눠 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도 사퇴한 두 명의 장관도 문책성 경질과는 거리가 멀다. 한 명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임기를 시작해 지난해 사임할 때까지 4년 6개월을 재직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고 다른 한 명은 주중 미국대사로 임명돼 사임한 게리 로크 상무장관이다.
미국 장관들의 장수(長壽)는 오바마 행정부만의 예외적 현상이 아니다. 1980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래 4년 임기를 못 채운 국무장관은 알렉산더 헤이그와 로런스 이글버거, 국방장관은 윌리엄 태프트 정도다. 콘돌리자 라이스는 조지 W 부시 정부 1기에는 국가안보보좌관으로, 2기엔 국무장관으로 일하며 미국의 대외정책을 이끌었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4년 8개월여 동안 16개 부처에서 48명의 장관을 배출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지식경제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은 4번째 장관이 재직 중이고 장관이 바뀌지 않은 부처는 하나도 없다. 그나마 평균 재직기간이 20개월로 늘어 김영삼 정부의 11.6개월, 김대중 정부의 10.6개월, 노무현 정부의 14개월보다 길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7월 장관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돼 검증이 까다로워지면서 ‘흠’ 없는 장관후보를 찾기 어려워진 사정도 있다.
잦은 개각은 국정 공백을 초래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장관 교체설만 돌아도 공무원들은 후속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느라 사실상 일손을 놓아버린다. 이번 대선이 끝나고 출범하는 새 정부는 5년 임기를 함께할 수 있는 장관감을 골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