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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급 고검 검사… 유진그룹서 6억원 받아”

입력 | 2012-11-09 03:00:00

경찰, 조희팔 돈 2억-他기업 돈 억대 유입도 수사
유진 “전세자금 빌려준 것”… 해당 검사 “받은 일 없다”




경찰이 대기업으로부터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서울고검 검사(부장검사급)를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4조 원에 이르는 희대의 다단계 사기를 저지른 조희팔 측으로부터도 이 검사에게 2억4000여만 원이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은 8일 “서울고검 김모 검사(51)가 2008년 5월경 유진그룹 측으로부터 차명계좌와 수표를 통해 6억 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조희팔 은닉자금 수사 과정에서 뭉칫돈이 흘러들어간 계좌가 나왔고 추적 결과 김 검사의 차명 계좌로 확인됐다”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계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유진그룹에서 거액이 입금된 정황까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계좌에는 유진그룹 이외에 다른 기업으로부터도 억대의 돈이 입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유진그룹은 노무현 정부 때 급성장한 배경에 대해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에 휩싸여 있었다. 김 검사는 당시 기업 비리 수사를 주로 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유진그룹 측은 “회장의 동생이 김 검사와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다. 전세자금으로 쓴다고 해 빌려준 것”이라며 “회사와는 무관하고 대가성도 없다”도 해명했다. 김 검사는 이후 4년이 지나도록 돈을 갚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검사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돈을 받은 일이 없다.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돈의 대가성 유무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지난해 말 중국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조희팔의 최측근인 강모 씨(51)의 은닉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2008년 초 2억4000만 원이 김 검사의 계좌로 흘러들어간 것을 발견했다. 김 검사는 2009년 8월 해당 사건을 수사한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으로 부임했다. 경찰은 김 검사가 은행에서 직접 돈을 인출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와 거래명세를 확보했다. 하지만 김 검사는 이 혐의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현직 검사를 내사한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정식으로 수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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