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되찾은 문화재, 되살린 문화재’전 통해 본 문화재 수난사일제강점기때 반출된 지장보살상 우환에 시달리던 日소장자가 결국 반환6·25때 상원사 소각 위기 老스님이 막아… 속초 신흥사 동종엔 총탄자국 선명
“나는 본래 전라도 고창 도솔산에 있었다. 어서 그곳으로 돌려보내 달라.”
그토록 고향에 가고 싶었을까. 일본인 소장자의 꿈에 나타나 ‘내가 본래 있던 곳으로 보내 달라’고 했다는 금동지장보살좌상은 일본으로 밀반출된 지 2년만인 1938년 전북 고창 선운사로 돌아왔다. 불교중앙박물관 제공
오늘날 우리가 소중하게 간직한 문화재들도 근현대사의 격동 속에서 대부분 저마다 적지 않은 곡절과 사연을 품고 있다. 다음 달 9일까지 서울 종로구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불교 문화재 다시 읽기-되찾은 문화재 되살린 문화재’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개발 열풍 속에서 기구한 사연을 지닌 채 살아남은 불교 문화재 140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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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1월 중국군의 참전으로 후퇴하던 국군은 강원 평창 오대산 일대 주요 사찰에 대해 소각 명령을 내린다. 사찰이 중국 및 북한군의 은신처, 혹은 보급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월정사를 태운 군인들이 상원사를 소각하러 찾아왔다. 상원사 한암 스님은 76세의 노구를 이끌고 법당 안에 들어가 “나도 불태우라”며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군인들은 전각 문짝을 뜯어 불태우고는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한암 스님이 아니었으면 국보 36호 상원사 동종과 국보 221호 문수동자상, 국보 292호 상원사 중창권선문은 지금 우리 곁에 없었을 것이다.
6·25전쟁 당시의 총탄 자국들(흰 점선 안)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강원 속초 신흥사 동종. 불교중앙박물관 제공
문화재 도난 사건은 요즘에도 일어난다. 2007년 3월 서울 보문사에 있던 목조석가여래좌상과 목조보현보살좌상이 사라졌다. 다행히 도난 과정이 폐쇄회로(CC)TV에 찍혀 범인을 잡을 수 있었고 유물도 되찾았다. 하지만 복장유물(腹藏遺物·불상 안에 넣은 불경 등 문화재)을 넣는 통인 후령통(候鈴筒)은 범행 후 악몽에 시달리던 범인이 불태워버리고 말았다.
불교중앙박물관장인 흥선 스님은 “이번 전시를 통해 지난 100년간 우리 문화유산이 걸어온 길과 온갖 시련 속에서도 문화재를 지키고 가꾸며 되찾고 되살리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우리 문화유산의 어제뿐 아니라 오늘과 내일을 가늠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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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