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어가는 위탁 운동회
올해 5월 이벤트 회사에 맡겨 운동회를 개최한 서울 광진구 B초등학교. 전문 레크리에이션 업체가 준비해온 대형 풍선에 바람이 빠지지 않도록 하는 ‘바람 잡는 특공대’ 게임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앉아 있다. B초등학교 제공
지난달 12일 울산 중구 A초등학교의 가을 운동회에서 이 같은 멘트를 날린 사회자는 교무부장도, 체육교사도 아니었다. 레크리에이션 전문강사였다. 전교생 850여 명인 이 학교는 1963년 개교 이후 처음으로 M이벤트 전문업체에 맡겨 운동회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팀별 구호나 율동을 따로 연습하지 않았지만 사회자와 진행보조들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 업체는 지난해부터 울산에서만 14번 운동회를 진행했다. 비용은 회당 200만∼300만 원.
올해 5월 열렸던 서울 광진구의 B초등학교 운동회도 장소만 학교일 뿐 전문 이벤트를 연상시켰다. 운동장에는 경기에 사용될 지구 모양의 대형 애드벌룬과 작은 공을 몰 때 사용할 1m짜리 주걱 등 레크리에이션 도구가 가득했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든 오자미나 박 등은 찾아볼 수 없고 업체가 만들어온 장비와 도구로 운동회가 진행됐다. 학부모 김모 씨(43·여)는 “운동회라기보다는 TV 예능프로그램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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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이벤트 업체는 흥미 위주로 운동회를 진행할 뿐이라 심신단련이라는 운동회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B초등학교 4학년 김모 군은 “다른 학교 친구들은 몇 주 전부터 학교에서 신나게 운동회를 준비했지만 우리는 운동회 날 하루만 시키는 대로 논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강충열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는 “운동회는 학생과 교사가 함께 호흡하는 소중한 정서 발달의 시간”이라며 “학생 참여가 없는 흥미 위주의 운동회는 이런 교육적 목적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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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