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 여행전문기자
2010년 2월은 싱가포르의 복합리조트 2개가 동시 개장하기 한 달 전이었다. 나는 그때 ‘원전과 카지노의 닮은 점’이란 제목의 이 칼럼에 이렇게 썼다. ‘도박 혐오증에 사로잡힌 순진한 백성이 설 땅이 지구상에 더는 없을 것 같다’고. 일본과 대만이 이미 복합리조트 개발에 나섰으니 우리도 전향적이며 진취적인 카지노 전략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2년 8개월이 지났다. 일본은 복합리조트 법안을 상정하기 직전이다. 오사카 유치설까지 나돌 만큼 분위기도 성숙했다. 물론 내국인 출입 카지노다. 싱가포르는 올해 복합리조트 수입으로 70억 달러를 내다본다.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카지노의 도박 수입(지난해 60억 달러)을 추월할 기세다. 싱가포르항공도 복합리조트 개장 후 늘어난 외래 관광객으로 매출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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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 시대에 돌입했다. 그래서 복합리조트가 더욱 절실하다. 저성장을 타개할 ‘동북아 관광허브’란 차세대 성장엔진의 핵심이어서다. 하지만 외국인 전용 카지노로는 어렵다. 관광달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매력 만점의 최첨단 복합리조트라면 거액의 투자자 유치가 요청되는데 그 충분조건이 못 돼서다. 대안은 ‘내국인 출입’이지만 글쎄, 도박의 도 자도 꺼내지 못하는 이 정부에서라면 연목구어(緣木求魚) 아닐까. 그걸 제안할 배짱과 함께 비전과 지식을 두루 갖춘 직업 관료도 눈에 띄지 않고.
도박은 분명 사행행위다. 사회적 해악도 크다. 그럼에도 1931년 네바다 주만 허가했던 미연방의 도박 산업은 이미 오래전 48개 주로 확대됐다. 도덕성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싱가포르마저 택했다. 이유는 하나. 국가 성장 동력과 재정 확충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이게 필요하다. 법률에 따른 확실한 통제(Control)와 정밀한 규제(Regulation)다. 도박법과 그 실행기구인 도박감독위원회(Gaming Control Board)의 소임이다. 그렇게만 하면 국민으로부터 돌팔매질 당할 일도 없다. 세금 경감은 누구라도 환영한다.
복합리조트로 벌어들일 관광달러는 엄청나다. 그걸로 반값등록금과 노인 및 장애인 복지, 국공립 어린이집을 지원할 수도 있다. 그걸 논의조차 거부한다면…. 그건 직무유기다. 칼도 총도 흉기지만 용도대로만 관리하면 유용한 도구다. 도박도 다르지 않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