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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핫 이슈]개발 호재 풍부했던 여의도-압구정 상권, 임대료 하락 왜?

입력 | 2012-10-24 03:00:00

기대심리 先반영… ‘구관이 명관’ 선택




23일 오전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에서 내려 5분 남짓 걸어가니 증권가 한가운데 위풍당당한 국제금융센터(IFC)몰이 나타났다. 안으로 들어서니 H&M, GAP, 홀리스터 등 유명 패션의류 브랜드와 CGV, 영풍문고 등 각종 편의시설, 깔끔한 식당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백화점보다 넓은 통로는 한결 쾌적했다.

하지만 동료들과 잠깐 커피 한잔을 즐기려고 나온 직장인 몇 명만이 눈에 띌 뿐 쇼핑객이 크게 붐비는 편은 아니었다. 한 의류매장 관계자는 “점심시간대를 빼고 평일에는 손님이 뜸한 편”이라며 “상주인구가 많지 않은 여의도의 특성 때문인지 고객 수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 ‘호재’보다 ‘튼튼한 상권’ 택한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2년 3분기(7∼9월) 서울 주요 상권의 임대료 현황을 조사한 결과 IFC몰이 개장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를 비롯해 ‘호재’가 넘치는 곳에서는 오히려 임대료가 하락하는 등 예상 밖의 현상이 나타났다. 대형 호재에 대한 기대심리가 이미 임대료에 반영돼 가격이 고점을 찍은 데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임차인들이 전망이 불확실한 신규 상권보다는 기존 대형 상권을 선호하는 현상이 겹쳐진 데 따른 것이라는 풀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여의도 상가 임대료는 2012년 1분기에 m²당 4만3600원까지 치솟았지만 2분기 4만1300원, 3분기 3만8500원으로 떨어지며 2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IFC몰의 입주를 앞두고 주변 지역 상권 형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해 초까지 임대료가 상승했지만 8월 말에 개점한 뒤 ‘개장 효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오히려 가격이 꺾였다. 반면 ‘손님이 분산되는 것은 아닐까’ 긴장했던 타임스퀘어 등 서울 영등포구의 기존 상권들은 3분기 임대료가 상승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분당선 연장선 개통 후광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됐던 서울 강남구 압구정 상권도 조용하기만 하다. 분당선 연장선 압구정 로데오역이 개통됐지만 2012년 3분기 임대료는 m²당 3만5100원으로 2분기보다 3.0% 하락했다.

오히려 강남권에서는 삼성역 상권이 강세다. 삼성역 상권은 사무실이 밀집한 데다 코엑스, 현대백화점 등의 복합문화시설이 공존하는 곳으로 임차인들의 선호도가 높다. 최근의 불안정한 창업시장에 불안감을 느낀 자영업자들이 높은 비용을 내더라도 삼성역 같은 안정적인 상권에서 점포를 열려고 한다는 설명이다.

○ 신촌, 패션브랜드로 재기할까

서울 서대문구 신촌지역에서는 서울 마포구 홍익대 상권에 밀려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신촌 상권이 전 분기 대비 6.0% 상승한 m²당 3만2300원의 임대료로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현대백화점을 제외하고는 술집과 식당이 밀집한 ‘먹자골목’에 가까웠지만 해외 제조·유통 일괄형브랜드(SPA)인 유니클로가 그랜드마트에 입점하기로 결정되면서 패션이 아우러진 복합상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불황이 장기화할수록 기존 대형상권의 강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은퇴 후 창업에 나서고 있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도 변수다. 장용훈 부동산114 연구원은 “은퇴 후 창업에 나서는 베이비부머들은 처음이니만큼 안정성을 원해 검증된 상권을 찾고 있다”며 “이들의 수요로 기존 상권의 임대료가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