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잠적 고의성 있어 경범죄 처벌 검토
양재혁 前 삼부파이낸스 회장 동아일보 DB
22일 오후 경찰에 붙잡힌 양 씨는 "삼부파이낸스의 남은 자산 2200여억 원을 관리하는 정산법인 C사의 하모 대표(63)를 잡기 위해 가족들이 자신의 실종신고를 내도록 유도했다"고 털어놨다.
자신과 함께 정산법인 대표로 있던 하 씨는 법인 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4월부터 검경에 의해 수배된 상태다.
그러자 양 씨가 하 씨를 찾기 위해 자신이 실종된 것처럼 자작극을 꾸민 것이다. 7월 19일 양 씨가 집을 나간 뒤 실종됐다고 가족이 경찰에 허위로 신고했다.
그가 하 씨를 만나러 속초로 간다며 서울 강남의 오피스텔을 나간 뒤 6일 만에 그의 동생이 부산연제경찰서에 실종신고를 냈다.
그러나 실종수사에 본격 나선 경찰은 양 씨가 같은 달 23일 오후 4시께 대구에 있는 한 대형마트에서 혼자 쇼핑하는 모습의 CC(폐쇄회로)TV를 발견해 감금 납치보다는 고의잠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의 행적을 추적했다.
양 씨가 같은 달 22일 오후 6시께 경북 포항의 한 장어집에서 아들 명의의 신용카드로 음식값을 결제한 것도 경찰은 확인했다.
그는 9월 24일 오후 5시 25분께 서울 잠원동 개인택시 안에서 운전기사의 전화기를 빌려 경남 진주에 있는 친구(59)에게 전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어 3일 낮 12시 4분께는 부산역 공중전화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투자자 김모 씨에게 전화해 "부산에 내려왔다"고 말을 한 뒤 전화가 끊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양 씨가 부산에 있을 것으로 보고 행적을 추적하는 중 22일 오후 5시 25분께 커피숍에 양 씨와 인상이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종업원의 제보를 받고 출동해 현장에서 그를 붙잡았다.
양 씨는 경찰에서 "내가 실종되면 경찰이 잠적한 하모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그의 행방을 찾을 것으로 생각해 그동안 숨어 다녔다"고 고백했다.
실종신고는 가족들이 한 것이기 때문에 거짓으로 볼 수 없고, 하 씨를 만나러 속초로 간 당시 상황은 일단 사실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낸 뒤에도 경찰에 연락을 취하지 않고 일부러 잠적한 부분은 고의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경범죄 처벌을 검토하고 있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