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통화 국제화는 나라경제 도움
통상 한 나라의 통화가 국제화되었다는 것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자유로이 사용되는 경우를 가리킨다. 자국 통화가 수출입 등 무역 거래에서 결제통화로 이용되고 해외에서의 다양한 금융상품 거래가 그 나라 통화로 이루어진다. 해외 은행들도 그 나라 통화의 예금업무를 취급하고 외국인들은 돈을 자유롭게 빌리고 투자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본적으로 화폐가 갖는 계산단위, 교환수단 및 가치저장의 기능이 해외로 확대되는 셈이다.
광고 로드중
전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국제통화로는 대표적으로 달러화, 유로화, 엔화를 비롯해 호주달러화, 캐나다달러화, 싱가포르달러화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올해로 자본시장 개방 20주년을 맞이한 우리나라 원화는 그간의 꾸준한 시장개방과 외환 및 자본자유화의 추진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제화 정도가 크지 않다. 우리나라의 수출입 거래에서 원화로 결제되는 비중은 최근까지 1∼2%에 그치고 있다. 이는 원화가 통화 국제화를 위한 기본요건이라 할 수 있는 무역 및 경제 규모, 금융시장의 성숙도, 통화가치의 안정성 면에서 국제적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
우리나라는 무역이나 국내총생산 규모에 비해 금융 및 자본시장의 질적 발전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편이다. 특히 우리 경제의 높은 개방도 및 대외의존도로 인해 대내외 충격 발생 시 급격한 자본 유출입과 외환 및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 결과 국제사회에서 원화 가치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충분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원화 국제화는 분명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득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이를 전면적으로 단기간에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행 외국환거래법에 일부 남아 있는 절차적 제한을 없애더라도 당장 원화에 대한 해외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광고 로드중
또 통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단기적인 부작용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환투기 공격으로 환율 변동성이 높아질 개연성이 크다. 외국인들이 손쉽게 자국통화를 조달하여 이를 단기차익 거래 등 투기적 거래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화 국제화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호주도 1983년 제도 변경 이후 수년간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부작용이 작지 않았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수출입 등에서 원화의 결제비중을 점차 높여 나가는 것이 원화 국제화의 기초를 다지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위안화의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도모하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결제에 원-위안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원화의 해외 사용을 늘리고 그 추이를 보아가며 관련 제도를 보완해 나간다면 원화의 국제화는 높아지는 우리 경제의 위상과 함께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