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세계은행 총재 방한 회견내년 한국사무소 설립 MOU… 한국 첫 국제금융기구 유치
2박 3일간 방한한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15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총재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일자리 창출과 함께 국민의 결속력이 중요하다”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을 벌인 한국 국민이 최고라는 듯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빡빡한 일정 탓에 김용 세계은행(WB) 총재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처한 위기의 위중함과 빈곤 해결 방안을 논하는 그의 목소리는 기자회견장 벽을 울릴 만큼 힘이 있었다.
14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한 김 총재는 15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997년에 한국이 외환위기를 극복한 과정을 예로 들며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세계은행이 북한을 지원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는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내 아버지도 실향민이고 가족이 여전히 북한에 살고 있다. 하루빨리 대화가 열려 북한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12일 일본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 개막식에서 나루히토(德仁) 왕세자를 ‘황태자(Imperial Highness)’로 호칭하지 않고 ‘왕세자(Royal Highness)’로 표현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다른 의도는 없었고) 전적으로 내 실수다. 일본 국민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 총재는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경제발전공유사업(KSP) 지식공유포럼에 참석해 ‘개발의 필수 과제와 결속·연대’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김 총재는 “10년간 매년 1%포인트씩 감소하던 세계의 절대빈곤율이 최근 경기침체로 감소세가 둔화하고 있다”며 “‘연대’만이 어두운 미래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성장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연대와 성장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세계은행을 세계의 빈곤을 감소시키는 ‘해법 은행(solution bank)’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김 총재는 이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나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설립과 한국-세계은행 협력기금 출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세계은행은 내년에 한국에 지역사무소를 설치하며 한국 정부는 세계은행에 9000만 달러의 협력기금을 출연하게 된다. 한국이 국제금융기구를 유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