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명청시대 회화전
추사가 아꼈던 장경의 화첩에 실린 ‘소림모옥’(위)과 ‘세한도’. 간송미술관 제공·동아일보DB
전시작품 중에 추사가 제주도에 유배갈 때 챙겨간 청대 중기 화가 장경(張庚·1685∼1760)의 화첩 ‘장포산진적첩(張浦山眞蹟帖)’이 주목된다. 추사는 얼마나 이 화첩을 보물처럼 아꼈던지 유배지에서 병이 들자 예산 고향집으로 이를 돌려보내면서 “함부로 남에게 보여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훗날 고향에 돌아온 추사는 평생 우정을 나눈 권돈인에게는 한 번 보여줘도 좋지만 다른 사람들은 안 된다고 부탁하는 글을 화첩에 다시 써넣었다.
장경의 화첩에 실린 ‘소림모옥’에는 잎 떨어진 고목나무와 외롭게 서 있는 초가집이 담겨 있다. 이는 원나라 말기 화가 예찬의 화풍을 따른 작품으로 추사의 ‘세한도’에 영감을 주었다. 최완수 연구실장은 “추사의 그림엔 중국의 영향뿐만 아니라 조선 진경문화의 함축성이 그대로 담겨 있다”며 “외래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뛰어넘어 새로운 문화를 창조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14∼28일. 무료. 02-762-0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