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도서관이 해마다 늘어나는 책을 감당하지 못해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학 대부분이 설계 당시 보관 가능한 책 수를 이미 넘겼거나 한계에 가깝게 보관하는 탓이다. 일부 대학도서관은 넘치는 책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건물 곳곳에 금이 가 학생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4일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에게 제출한 ‘2012 거점국립대학 도서관의 최대 적정 소장 책 수 및 소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9개 국립대학 중 6개 대학의 도서관이 최대 소장할 수 있는 도서 수를 초과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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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책의 무게로 학생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경북대 중앙도서관은 지난해 10월 건물 정밀안전진단을 한 결과 ‘내구성 및 기능성 저하 방지를 위한 보수 및 보강이 필요하다’는 진단과 함께 C등급을 받았다. 도서관의 기둥과 보가 책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곳곳에서 균열이 발생한 탓이다. 안전진단 결과는 A등급부터 E등급까지 나뉘는데 D등급부터는 정밀진단 결과에 따라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
다른 대학의 사정도 비슷하다. 전남대 도서관은 100만 권을 보관할 수 있지만 현재 130만 권을 넘겼고 강원대도 한계치인 65만 권을 훌쩍 넘긴 95만여 권을 보관하고 있다. 한 도서관 관계자는 “자료실과 열람실 등 도서관 전체는 이미 포화상태”라며 “도서관을 매년 늘릴 수도 없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학재 의원은 “사립대들도 설계 당시 보관 가능한 책 수를 넘긴 곳이 상당수”라며 “이대로 책만 쌓아가다간 도서관 건물이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도서관 신·증축 및 대출률 낮은 책 몰아놓기, 전자책 활성화 등 여러 대책을 내놓지만 근본 원인을 외면한 임시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도서관 건물의 신·증축은 시간과 예산이 만만찮게 들고 매번 늘어나는 책에 맞춰 건물을 늘리기란 불가능하다. 전자책 또한 각각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근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전문가들은 대학들이 필요한 모든 책을 소장하겠다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각 대학이 같은 책이라도 무조건 소장하려는 욕심 때문에 이런 문제가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도서관연합회장인 곽동철 청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장서의 질이 아닌 규모로 대학도서관을 평가하는 그릇된 인식이 이러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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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교수는 “책을 많이 갖고 있다고 도서관 가치가 높다고 말할 수 없고 당장 대출률이 낮다고 책을 폐기하는 것 또한 위험한 발상”이라며 “결국 대학이 책 욕심을 버리고 공동보존서고를 만드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