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푼이라도 생활비에 보태야…”
3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 상품권 판매소가 상품권을 사고파는 이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추석 연휴가 끝나자 서울 중구 명동 등 백화점이 있는 곳 일대가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려는 ‘상품권 깡족(族)’으로 북적이고 있다. 백화점 근처에서 상품권을 사고파는 구둣방이나 복권판매점은 해마다 명절이 지나면 찾는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올해에는 말 그대로 ‘줄지어’ 찾는다는 게 업주들의 말이다. 불황이 이어지면서 현금이 더 절실한 사람이 늘어서다.
찾는 이가 많아지면서 상품권 교환에 적용되는 할인율도 높아졌다. 보통 상품권 매매 업주들은 액면 가격보다 4∼5% 싸게 상품권을 산 뒤 장당 1000원 정도 이윤을 붙여 되판다. 하지만 이번 추석 때는 할인율이 7∼8% 선으로 올랐다. 팔려는 사람이 많아져 10만 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은 9만3000원 정도에 팔 수 있다. 지난 설에는 9만5000원 선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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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상품권을 팔러 나온 주부 이모 씨(31)는 “남편 선물을 사러 나왔는데,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 근처 시장에서 싼 옷을 사고 나머지는 생활비에 보태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백화점 앞 상품권 교환소에서도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려는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상품권 매매소의 한 상인은 “구두상품권은 아예 절반 값밖에 안 쳐줘도 돈이 궁한 학생이 몰려오니 공급이 달릴 걱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불황이 이어진 탓에 현금을 선호하는 현상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상품권 깡도 ‘꼭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돈을 쓰겠다’는 불황기 소비 심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화점 밖에서의 거래는 활발하지만 올해 추석 때 백화점 상품권의 매출 성장세는 둔화됐다. 한 백화점업체에 따르면 추석을 앞둔 한 달 동안의 상품권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느는 데 그쳤다. 매년 10%대의 성장세를 보이던 것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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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