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장편소설 ‘천국놀이’ 낸 전동하 작가와 출간 뒷얘기
마약 사범과 그들을 쫓는 수사진의 활약을 그린 소설 ‘천국놀이’의 작가 전동하. 그는 “작가는 직접 체험을 해봐야하는데 마약을 직접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마약 중독자들의 수기를 꼼꼼히 읽었고, 술을 진탕 마셔서 정신이 혼미한 상태를 경험해 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전화를 받고 친구가 일하는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찾아간 것은 지난해 10월의 어느 날. 의자에 앉자 친구는 두툼한 자료들을 건넸다. A4 용지 500장이 넘는 방대한 마약 수사 자료와 각종 수사 실무서들. 친구는 대검찰청 마약과장 등을 지낸 ‘마약통’ 정대표 검사(현 한국소비자원장)였다.
“퇴직을 앞두고 마약의 유통 및 남용 실태를 대중에게 알리고 싶은데, 니 이걸로 소설을 쓸 수 있겠나.” 자료를 받아든 소설가 전동하(57)는 고심했다. 실제 수사 자료를 접하거나 검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기에 소재는 정확하고 풍부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 뛰어난 사실성이 소설적 상상력을 제한하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막역한 고교 동창(대구 경북고 56기)의 청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사실 윤진호는 저희와 같은 고교 동창이에요. 윤진호란 소설 속 이름은 가명인데, 고교 때 일진 비슷한 폭력서클에 있던 친구였죠. 친구(정대표 원장)가 처음 검거한 마약사범이 그 녀석이라더군요. 묘한 인연이죠. 세 명이 같이 학교 다녔는데 한 명은 검사, 한 명은 뽕쟁이(히로뽕 투약사범), 한 명은 이들 얘기를 쓰는 작가가 됐으니까요.”
소설에서처럼 정 원장은 마약 수사를 맡은 뒤 제일 먼저 ‘윤진호’를 찾아가 검거했다. 마약 수사 검사로서 친구가 히로뽕을 투약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다른 검사한테 잡히면 형을 많이 살게 되니까, 먼저 잡아서 국립부곡병원에서 약을 끊는 치료를 받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검사 친구의 ‘옛정’에도 불구하고 ‘윤진호’는 퇴원 후 다시 마약에 손을 댔고, 결국 다른 검사의 손에 징역형을 살게 됐다. 지금은 소식이 끊겼다.
소설은 출간 전에 여러 번 ‘감수’를 받았다. 정 원장과 수사관들이 작품을 돌려 읽으며, 사건의 사실성을 따지고, 법률적 검토도 했다. 작가로서는 불편한 점도 있었을 법하다. “내 마음대로 (작품을) 끌고 가고 싶었는데 답답하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죠. 하지만 이 소설이 가진 사실의 힘들이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줄 거라 믿습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