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소득계층별 서적 구입비를 분석한 결과 A 씨처럼 소득 수준이 상위 20%에 속하는 계층의 도서 구입비가 2010년 이후 계속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계층의 도서 구입비가 증가하거나, 감소하더라도 소폭에 그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2인 이상 가구의 소득 수준을 5개 집단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올 4∼6월 상위 20% 계층의 월평균 도서 구입비는 2만4862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7.7% 줄어들었다. 반면 소득 하위 20%(5285원)와 하위 21∼40% 계층(1만2032원)의 월평균 도서 구입비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6.7%와 1.6%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소득이 많을수록 책 구입에 돈을 점점 적게 쓰는 이유에 대해 △소득에 비례해 근무시간이 늘어나 책 읽을 시간이 줄어들었고 △비싼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양혜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과거에는 책을 통해서만 지식을 쌓았다면 이제는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으로도 언제, 어디서든지 고급지식을 얻을 수 있게 됐다”며 “소득이 많을수록 상대적으로 디지털기기를 많이 사용하므로 서적 구입비가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고소득층의 문화비 지출 성향이 서적 구입 등 읽기 문화보다는 영화 등 영상이나 정보기술(IT) 쪽으로 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독서를 통해 한 사회의 지식 수준이 발전한다”며 “지식사회를 리드해야 할 소득 상위 계층에서 서적 구입비 감소 폭이 큰 것은 사회 퇴행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