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도덕적 해이’ 부추기는 법정관리와 웅진의 경우

입력 | 2012-09-29 03:00:00


일부 기업들 사이에 법정관리를 이용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도덕적 해이가 번져가고 있다. 2006년 회사정리법, 개인채무자회생법 등이 폐지되고 통합도산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후 법정관리 신청 기업은 2006년 76곳, 2007년 116곳, 지난해 712곳으로 급증세다. 예전과 달리 법원이 오너의 경영권을 빼앗지 않는 경우가 많은 법정관리를 기업들이 선호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채권단이 주도하는 워크아웃으로 갈 경우 시시콜콜 채권단의 간섭을 받아야 한다. 감면받는 채무의 범위도 워크아웃은 금융권에 한정되지만 법정관리는 비(非)금융권 및 일반 상거래 채무까지 포함돼 넓다.

하지만 면책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소액주주, 채권자, 거래 중소기업의 피해가 커지기 쉽다. 오너가 경영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도덕적 해이’ 소지도 크다. 웅진도 이 같은 법정관리의 이점(利點)을 활용하기 위해 고의로 부도를 냈다는 의혹이 짙다. 이른바 ‘기획 법정관리’다. 특히 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홀딩스가 계열사인 웅진씽크빅과 웅진에너지에서 빌려온 530억 원을 법정관리 신청 전날인 25일 전격 상환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살아남은 계열사 챙기기’ 논란이 일고 있다. 함께 법정관리를 신청한 극동건설도 알짜 계열사 ‘오션스위츠 제주호텔’의 보유 지분 전량을 웅진식품에 매각했다. 여기에다 윤석금 웅진 회장의 부인, 윤 회장의 친척 윤 모씨 등은 법정관리 직전에 웅진계열 주식을 대량 매각했다. 오너 일가의 내부정보 이용, 재산 빼돌리기, 꼬리 자르기의 비난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40년 전 윤석금 회장은 책 외판원으로 특유의 사업수완을 발휘해 출판사업가로 변신했고, 외환위기를 급성장의 기회로 삼았다. 웅진은 주부 외판사원을 활용하는 업종에서는 탁월했지만 새로 진출한 건설업과 태양광산업의 외부 여건이 악화하면서 그룹이 기울자 ‘나만 살겠다’는 모습을 드러냈다. 성장기에 기업가정신이 돋보였던 웅진도 부도 과정에서는 한국 기업인 특유의 한계를 노출했다.

당국은 윤 회장 가족의 내부정보 이용, 재산 빼돌리기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 바로잡아야 한다. 웅진 사태를 계기로 기획부도의 경우에는 경영권을 뺏고, 재산 빼돌리기를 사전 차단해 도덕적 해이를 줄일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