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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시신유기 도와준 산부인과 의사 부인, 법정서 ‘눈물의 항변’

입력 | 2012-09-21 03:00:00


20일 ‘산부인과 의사 시신 유기 사건’의 첫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525호. 피고인석에는 두 명이 앉아 있었다. 30대 여성에게 수면제 주사를 놔 숨지게 한 뒤 유기한 의사 김모 씨(45)와 그의 부인 서모 씨(40)다. 서 씨는 남편이 내연녀의 시신을 유기하는 데 도움을 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였다.

서 씨는 이날 공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간간이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수의를 입은 남편과는 눈도 한 번 마주치지 않았다. 시신 유기 과정에 도움을 준 죄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지만, 서 씨를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남편의 외도와 거짓말 탓에 범죄의 굴레에 빠졌고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도 입었다는 것이다. 언론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됐을 때 서 씨의 속은 어땠을까.

서 씨에게 의사인 남편이 집에 늦게 귀가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서 씨의 남편은 다른 병원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몰려올 정도로 실력 있는 의사였다. 방송과 인터넷에 소개돼 유명해지기도 했다. 7월 31일에도 남편은 늦었다. 이 시각 남편은 수면유도제 ‘미다졸람’ 등 13개 약물을 섞어 만든 주사를 맞고 축 늘어져 있는 피해자 이모 씨(30·여)와 병원 진료실에서 성관계를 맺고 있었다. 남편은 그간에도 이 씨에게 일명 ‘우유주사’라고 불리는 수면유도제 ‘프로포폴’을 주사해주고 관계를 맺어 왔다.

서 씨는 공판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발언한 변호사에 따르면 오전 3시 반경 남편이 집에 도착해 “병원에서 진료한 환자가 죽어 시신을 차에 싣고 왔다”는 말을 들은 서 씨는 모든 것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서 씨는 남편이 병원 응급실로 시신을 옮기려 한다고 생각하고 “차를 몰고 따라오라”는 남편의 말을 따랐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은 시신이 실린 차를 한강시민공원 주차장으로 몰고 가서 버렸고, 서 씨는 그런 남편을 집으로 태워오는 기막힌 처지가 됐다.

서 씨의 변호사는 이날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사체유기를 방조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20여 분간의 재판이 끝나자 서 씨는 고개를 숙인 채 서둘러 자리를 떴다.

▶ [채널A 영상] “우유주사 맞을까요?” 마취제 투여 뒤 성관계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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