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수는 “김기덕 감독의 전작들을 불편하게 느껴 싫어했지만, (김 감독을) 만나보니 예전보다 온화해진 느낌이 들어 ‘피에타’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9일(한국 시간) 막을 내린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조민수는 ‘사실상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통했다. 당시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유력했지만 황금사자상(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작품이 다른 주요 상을 받을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아쉽게 탈락했다고 관계자와 외신들은 전했다.
아쉬움이 많았을 그에게 “만약 여우주연상과 황금사자상을 바꿔준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안 바꿔요. 여우주연상보다 황금사자상이 더 좋아요.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면 사람들이 이렇게 기뻐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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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탄 이후의 융숭한 대접을 떠올리면서 목소리 톤은 더 올라갔다. 그는 “폐막식 뒤 파티 참석해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외국 배우들이 못 들어오는 걸 보고 ‘니들은 못 들어오지’라고 생각하며 짜릿해했다”고 말했다.
당찬 이미지에 걸맞게 김 감독도 유독 그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기자회견이나 TV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는 김 감독의 말을 끊기도 했다. “감독님이 사실 자기 자랑을 너무 많이 해요. 하지만 그런 모습 때문에 김 감독의 진가를 몰라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가끔 끊어요. 그분은 한이 많아서 그래요.”
촬영장에서도 김 감독의 이름값에 주눅 들지는 않았다. 그는 장면 장면에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고 결국 김 감독은 별다른 연기 지도 없이 배우의 의견을 따랐다. “김 감독님은 작가주의 감독이기 때문에 전작들에서는 배우가 많이 안 보이더라고요. 배우를 이용해서 자기 얘기를 전달하면 되는 분이니까요. 그래서 더 철저하게 준비했어요.”
강도(이정진)가 엄마라고 찾아온 여자(조민수)의 주요 부위를 만지는 장면 등은 그의 제안에 따라 폭력성과 선정성의 수위가 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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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나이지만 “아름다움과 힘 있는 연기력을 갖춘 배우”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그에게 말했다. “정말요? 앗싸! 어릴 적에는 ‘수컷은 나이 먹으면 멋있어지는데 암컷은 왜 이렇게 안 예쁠까’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 주름이 져도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렵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