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성철 스님 그 한마디에 삶-불교에 눈떠■ 성철 스님 유일한 딸 불필 스님 회고록 출간
성철 스님의 유일한 혈육인 불필 스님이 회고록 ‘영원에서 영원으로’를 출간했다. 불필 스님 뒤로 성철 스님의 사진이 보인다. 백련불교문화재단 제공
성철 스님의 유일한 혈육인 불필(不必) 스님(75)과, 단 한 번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었던 스님의 마지막 이별 장면이다. 불필 스님은 2009년 청와대 초청으로 잠시 얼굴을 드러낸 것을 빼면 외부와의 접촉을 피해왔다.
불필 스님은 회고록 ‘영원에서 영원으로’(김영사·사진) 출간을 계기로 18일 금강굴 문수원에서 첫 간담회를 가졌다. 책에는 성철 스님과 나중 불가에 귀의한 어머니 일휴 스님 등에 얽힌 가족사, 향곡 스님 법정 스님과 은사인 인홍 스님과의 인연, 성철 스님의 법문 노트 등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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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 스님은 성철 스님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멀리 있어야 하는 존재였다. 스님은 간담회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성철 스님 입적 때까지의 사연을 담담히 털어놓았다.
“13세 때 부산 묘관음사에서 성철 스님을 처음 봤는데 ‘가라 가’ 한마디 툭 던지더니 휙 사라졌어요. 옆에 있던 향곡 스님이 앞으로 뭐가 되고 싶냐고 묻길래 ‘사람을 연구하는 발명가가 되고 싶습니다. 사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 문제를 연구해 보고 싶습니다’라고 했죠.” 성철 스님은 출가 전 결혼해 두 딸을 뒀다. 다섯 살 위의 언니는 수경(불필 스님의 속명)이 9세 때 죽었다.
불필 스님은 “집에서 ‘공주’로 떠받들어져 살다 갑자기 죽음과 인간에 대한 고민이 생길 무렵이었는데 ‘가라’는 한마디에 ‘난 아버지와의 인연은 없다’고 생각하며 돌아왔다”고 회고했다.
그로부터 5년 뒤 진주사범학교에 다닐 때 “다녀가라신다”는 전갈을 받았다. 수경과 성철 스님의 대화가 이어졌다. “니는 무엇을 위해 사노?” “행복을 위해 삽니다” “그래 행복에는 영원한 행복과 일시적인 행복이 있는기라. 그라믄 니는 어떤 행복을 위해 살려고 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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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행복만 추구했지, 영원과 일시적 행복이 있다는 것 몰랐지. 화두(話頭)를 깨치면 영원한 대자유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어요. 스님의 그 한마디에 아버지가 아닌 스승으로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불필이라는 법명에 얽힌 사연도 털어놨다.
“같이 간 친구는 자신을 낮춘다는 의미의 백졸(百拙)을 법명으로 받았는데 난 필요 없다는 불필이더군요. 그래서 물었더니, 왜 필요한가, 하필(何必)을 알면 불필(不必)의 뜻도 안다고 하더군요. 세상에서는 그 깊은 뜻보다는 그냥 (자식이) 필요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지만 그 말도 맞다 싶어 그냥 지나갔죠. 그 이름값 하려고 지금도 노력하며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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